2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을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날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한국타이어는 약 131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봤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 회장이 29.9%, 그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20%의 지분을 가졌다.
아울러 2011년 11월∼2017년 12월 한국타이어 임원을 지낸 조 회장이 MKT 인수 과정에서 개인 지분 29.9%를 챙겼고, 이후 MKT에 현저히 높은 단가를 책정해주는 방식으로 그 이익을 받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2017∼2022년 75억5000여만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받는다. 조 회장은 현대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업체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별다른 담보 없이 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주거지 가구 구입 비용 2억6000만원을 한국타이어 신사옥 건설 때 필요한 가구 대금에 합산하거나, 개인 주거지 이사비용 1200만원을 해외 파견직원들의 귀임 비용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횡령하기도 했다.
법인카드를 가족의 해외여행 등에 쓰고, 개인 채무를 진 지인에게도 법인카드 4장을 줘 쓰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타이어 및 계열사 명의로 고급 외제차 5대를 사거나 빌려 사적으로 쓰고, 법인 소속 운전기사를 배우자 전속 수행기사로 배치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3610억원이 넘는 채무를 지게 됐고, 매년 대출 원리금 및 증여세 분할 상환에 약 400억원 이상이 들어가자 회삿돈을 유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한국타이어가 자동차 운행기록부 허위 작성·제출, 압수수색 직후 법인차량 은닉, 핵심 관계인 회유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도 다수 확인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 깊이 관여한 한국타이어 부장 박모 씨를 증거은닉교사 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기소 했다.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는 가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됐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