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장 내달 방미...對中 규제 해법 찾나

윤 대통령 방미시 동행 전망
중국 내 증설·장비 수출 막아
불확실성 새 돌파구 마련 주목
투트랙 전략 세워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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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국내 반도체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동행한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의 해소를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CEO들이 다음 달 말 미국을 찾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기관들이 양사에 참석 요청을 보냈고,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검토하고 있다지만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유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행할 가능성도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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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이번 방미는 미국의 반도체 패권 선언과 대중 반도체 규제 한가운데에 추진돼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은 보조금을 제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제약이 많다. 10년 동안 중국 내 생산능력을 5% 이상 늘리지 못한다. 쉽게 말해 미국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에서는 증설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은 또 지난해 10월부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했다. △18나노(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6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로직) 장비는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 상당한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두고 전략 기지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증설도 마음껏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원하는 미국의 의지에 반해 보조금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는 치명타다. 반도체는 미세공정이 핵심이다. 18나노, 16나노, 10나노 식으로 미세화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이런 미세화는 장비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공정을 업그레이드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현재 공장은 앞으로 범용 제품만 만드는 구 공정인 레거시 라인으로 남게 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며 우리나라에는 1년 동안 유예 기간을 줬다. 이 유예 기간은 오는 9월 말로 끝난다.

대통령과 반도체 수장들이 총출동하는 미국 방문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향배를 좌우할 중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보조금 시행 및 유예 종료까지 아직 시간은 남았지만 한·미 양국의 정상이 만나는 자리인 만큼 방향성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미국이 통제하려는 중국 내 반도체 기술 기준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D램의 경우 18나노를 14나노, 낸드는 128단이 아닌 200단 이상으로 각각 기준을 상향하는 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기술 고도화를 하려 해도 미국이 대중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길을 막고 있으면 업그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유지·보수를 위한 장비 도입도 제한될 수 있어 팹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최소 중국 내 반도체 업체들과 경쟁할 정도의 기술 수준이 상향되길 희망하고 있다. 중국이 192단 낸드와 17나노 D램을 양산하고 있는데 삼성이나 하이닉스만 제한을 두면 경쟁력이 떨어져서 결국 중국에 따라잡히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윤 대통령의 방미는 4월 말이다. 앞으로 1개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향배를 좌우할 시간이다. 가드레일 조항은 미국 상무부 산하 반도체법 프로그램사무국, 첨단 장비 수출 규제는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에서 각각 담당하는 만큼 협상도 '투트랙' 전략이 요구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