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한 데이터 분석하는 동형암호 기술, 수요 폭증한다

“표준화와 하드웨어 가속, 두 가지 숙제가 해결되는 내년부터 동형암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23일 서울대에서 열린 '동형암호 표준화 워크숍'에서 “클라우드 전환이 빠르게 확산하고 사이버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동형암호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최적 기술로 부상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Photo Image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사진:크립토랩 제공)

동형암호는 암호화한 상태에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기술로 '꿈의 암호'로 불린다.

암호화한 상태에서 계산한 값과 암호화하지 않고 계산한 값이 같아 '동형'이라 이름 붙였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개인의 민감정보 등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로 분석할 수 있고 유출돼도 식별할 수 없다.

크립토랩은 천 대표가 2017년 설립한 기술 스타트업으로 동형암호 분야 세계 최선두그룹에 포진해 있다. 크립토랩이 개발한 동형암호 원천기술과 솔루션 '혜안(HEaaN)'은 동형암호의 단점인 계산 시 데이터 연산 속도 저하를 수학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천 대표는 “현재 데이터 활용 방식이 금고에 넣은 귀중품을 사용할 때마다 열쇠로 열어 꺼내는 형태라면 동형암호는 금고를 열지 않고도 활용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를 암호화해 보관, 전송해도 결국은 활용할 때 이를 복호화해 활용하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면서 “동형암호는 전주기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동형암호 시장이 곧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동형암호 상용화를 위해서는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동형함호 국제표준안(워킹 드래프트)을 이미 수립, 회람하고 있어 올해 채택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 등 협력 그룹에 따르면 동형암호를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반도 내년이면 갖춰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제도·기술적 뒷받침이 완료되면 동형암호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동형암호 표준화 워크숍은 2017년 산학 전문가를 중심으로 미국 레드먼드(WA)에서 처음 열렸다. 6회째를 맞이한 워크숍이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 구글,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 등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로사리오 카마로타 인텔 수석 연구원은 “동형함호가 암호기술의 성배라고 불리지만 연산 속도 저하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가상환경 데이터 보호 프로그램(DPRIVE)을 통해 하드웨어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과기정통부가 2016년부터 추진한 정보보호 핵심 원천기술 개발사업의 성과로 서울대가 4세대 완전동형암호기술 CKKS를 개발했다”면서 “이는 프라이빗 AI와 데이터 프라이버시로 요약되는 미래 암호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보보호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면서 “개발 기술의 실증 또한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