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당초 목표로 했던 3월 편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WGBI 가입을 추진 중인 기획재정부는 연내 편입에 무게를 두고 시장 접근성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WGBI를 관리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러셀은 이달 말 심사를 거쳐 WGBI 신규 편입 국가를 결정한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미국, 영국 등 24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으며 추종자금은 2조~2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명목 GDP 10대국 중 한국과 인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편입돼 있다.
FTSE러셀은 지난해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발표하고 한국을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분류했다. FTSE러셀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채권시장 분류제도를 도입했으며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것은 시장접근성이 레벨1에서 레벨2로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FTSE러셀은 한국 정부가 외국인 국채와 통화안정채권 투자를 비과세하고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점,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한 국채 거래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외국인 투자를 저해했던 요인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TSE러셀은 3월과 9월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실시하고 있으며,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6개월 후 시장접근성 레벨 상향 조정이 가능해진다. 오는 3월은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지 6개월이 되는 시점으로 시장접근성 상향 정도를 평가받을 자격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한국은 편입을 위한 정량 조건은 충족했다. FTSE러셀이 요구하는 정량 조건은 시장규모 500억달러 이상, 신용등급 S&P500 A-, 무디스 A3 이상이다.
다만 시장 접근성을 보는 정성 평가에서는 아직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작년 9월 WGBI 관찰대상국에 등재됐는데 2019년 이후 WGBI 편입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관찰대상국 등재 후 6개월에서 최대 3년이 소요됐다”며 “한국도 9월 편입이 유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재부가 WGBI 편입을 추진하는 것은 추종자금 중 50~60조원가량의 외국인 국채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채와 외환시장 안정성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국채 투자 유입에 따른 금리 하락으로 연간 5000억원~1조1000억원의 이자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내 WGBI에 편입될 수 있도록 FTSE러셀 측에 한국의 제도 개선 의지를 설명하고 기존에 공개한대로 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