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여개 정보기술(IT) 협력사에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이들이 자사 임직원에게 수년간 접대와 향응을 제공했다는 게 이유다. 접대받은 임직원에게도 수위 높은 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중단이 통보된 삼성전자 IT 협력사 가운데에는 유망 클라우드 기업, 데이터베이스관리서비스(DBMS) 기업이 포함됐다. 이들은 수년간 최대 고객사를 잃게 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공공·금융 등 다른 분야 사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접대와 향응 제공은 담합 못지않은 중대 불공정행위다.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경쟁사에 피해를 주는 행위로 인식된다. 최대 2년의 부정당제재로 공공 입찰 참여를 제한받게 된다. 삼성전자가 거래 중단 조치를 한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개별 기업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접대·향응 문화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객사의 구매담당자나 의사결정권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골프 접대, 물품 제공이 필수라는 인식이 이른바 '을'로 불리는 기업 담당자의 머릿속에 자리한다. 경쟁사는 모두 접대와 향응을 제공하는데 우리만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고객사와 공급사 모두 바뀌어야 한다. 고객사는 강력한 사규와 내부 단속을 통해 서비스 제공사의 불공정한 접근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고객사가 바뀌지 않으면 접대·향응 문화는 사라지기 어렵다.
공급사는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접대와 향응 제공을 통한 제품 공급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서비스 품질을 저하하는 악순환의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