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들이 자사가 투자한 스타트업 대표의 정신건강을 케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심적 압박을 완화하고 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벤처스는 2022년 하반기부터 '마인드 플러스 세션'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작년 거시 경제 상황 변화로 스타트업 대표의 심리적 압박과 불안 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자기 이해와 리더십 향상을 위한 리더의 성장 잠재력 평가(RGPI) 검사와 집단 해석, 스트레스 관리 특강이 진행된다. 심리 상담 전문가가 마음 건강 상태를 확인,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프로그램은 총 2회차 세션으로 구성됐다. 1회차 세션에서는 마음 건강관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2회차에서는 리더십 점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내용 공유가 이뤄진다.
알토스벤처스는 2018년부터 창업자 멘털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 3개 정도의 마음상담센터 및 정신과와 계약을 체결했다. 창업자나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로부터 추천받은 곳을 선별했다. 창업자는 익명으로 상담이 가능하며 알토스가 상담 비용을 전액 지불해 지정한 세 군데에서 최대 5회까지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인 '매쉬업엔젤스'는 '매쉬업 밸류업(Mashup Value-u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매쉬업 웨비나·세미나'와, 선배 창업가 및 현업 전문가와의 일대일 상담 프로그램인 '매쉬업 커넥트'로 운영된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매쉬업 커넥트를 통해 HR, 마케팅, 조직문화, 투자 유치, 심리 상담 등 스타트업의 성장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매월 초 '심리 상담(멘탈 관리 프로그램)'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1회 상담 이후 추가 상담 여부는 자체 판단하에 결정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용자 수는 17팀가량이다.
VC들이 이같은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취지는 상담 서비스로 대표의 사업 집중도를 높여 기업의 건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수장이 스트레스로 정신 질환으로까지 가기 전에 미리 파악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스타트업의 여러 고민과 문제를 조기 발견해 빠르게 해결할 수도 있다.
멘털 케어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바뀌면서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대표가 멘털 케어를 받는다는 것을 기업 리스크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고 경영 자질을 키우기 위해 정신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한 프로그램 이용자는 “신원과 신청 이유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며 “전문가와 대화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되고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