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칼럼]적대적 M&A와 공개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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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주 끝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이로 말미암아 이해당사자인 SM 경영진과 하이브·카카오가 각각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추가 공개매수, 대항 공개매수 등 어떤 카드를 쓸 지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며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앞서 2월 말 마무리된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 MBK와 유니슨캐피탈의 공개매수는 원하는 지분율을 확보하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주에는 IMM PE가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샘의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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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주식시장에서 '공개매수'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공개매수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30년 전이다. 1994년 5월 거래소에 상장된 삼나스포츠의 주식을 대주주인 미국 나이키사가 99.3% 공개매수해서 상장폐지한 사례가 최초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에는 한솔제지가 동해종합금융 주식, 12월에는 연탄제조업체 원진이 경남에너지 주식을 각각 공개매수 하는 데 성공했다. 그후로 수십년 이어진 공개매수는 최근 5년 동안 약 40건 이루어질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공개매수는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법의 하나다. 적대적 M&A의 유일한 기준은 경영진 및 이사회와의 협의 없이 일반 주주를 직접 상대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진과 이사회는 주총에서 주주다수의 지지로 선임됐으며 법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과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않고 향후 경영에 대한 충분한 상의 없이 진행하는 공개매수를 '적대적'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개매수가 적대적 M&A에 활용된 대표적 예는 2020년 행동주의펀드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3자 연합에 의한 한진칼 경영권 인수 시도가 있다. 또한 옛 우리투자증권 PEF의 샘표식품 경영권 확보, 동성화학의 에스텍에 대한 M&A, 금강고려화학(KCC)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위한 공개매수가 적대적으로 진행되었지만 모두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기 위해선 당연히 시세보다 높은 매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경영권 분쟁으로 공개매수가 일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나 적대적 M&A는 경영권의 향방이 정해지면 과열되던 주가는 순식간에 원래 수준으로 폭락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공개매수는 경영진과 상의해 우호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상장이 폐지되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주식을 사 주는 것이다.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공개매수나 이베이의 옥션 공개매수가 대표적이다. LG화학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실시해 지분 100% 확보한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자발적 상장폐지는 회사를 매각하거나 추후 기업가치를 높여 재상장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고, 상장기업에 부과되는 공시의무를 회피하기 위해서도 진행된다.

행동주의 펀드도 주주 권익 보호 차원에서 공개매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하기도 한다. 최근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요청했다. 2016년에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강력 반발로 한국타이어그룹이 한국아트라스BX의 코스닥 상장폐지를 위해 추진한 공개매수가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SK디스커버리가 행동주의펀드의 반대로 SK케미칼 주식 공개매수를 어렵게 성사시켰다

이렇게 공개매수는 다양한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자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M&A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반영, 상장사의 M&A 경우에는 대주주 지분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지분도 의무적으로 인수해야 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부활할 예정이어서 향후 공개매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고민하게 하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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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