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혁신의 원동력 '오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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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도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용으로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는 말을 남겼다. 흔히 영어로 '아침을 먹는다'는 표현은 우리말로 '명함도 못 내민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니 '기업문화'는 '전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기업문화는 기업 정체성이라 할 수 있지만 중요성이 간과되는 때가 많다. 그동안 기업문화는 경영진 입장에서 업무 생산성이 가장 우수한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 해결하는 하나의 변수 정도로 여겨졌다. 즉 복지나 업무 환경이 향상되면 임직원 만족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기업문화도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와 업무 환경 향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존 코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액셀러레이트(XLR8)'를 통해 오늘날 경영자들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직원들이 혁신을 쫓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혁신은 전략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 답은 문화에 있었다. 오늘날 많은 직원은 조직의 목표와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한 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역량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올바른 리더십 아래 형성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뜻이다. 직원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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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상 한국레드햇 대표

현재 IBM 고문이자 레드햇의 전 최고경영자(CEO) 짐 화이트허스트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 델타항공 최고운영책임자(COO)이던 그는 2008년 레드햇 CEO로 선임됐다. CEO를 맡은 지 2주 정도 됐을 때 당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큰 화두 가운데 하나인 가상화에 대한 중요한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 회의 도중 한 말단 개발자가 회사 전략을 모두 고쳐야 한다고 하면서 논쟁이 시작됐고, 결국 그 회의는 높은 언성이 계속해서 오가는 불편한 자리가 됐다.

어느 회사든 말단 직원이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이후부터 일어난 일들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모두가 마치 이런 회의가 처음은 아니었다는 듯 웃으면서 회의를 마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에 참석한 팀은 화이트허스트를 찾아와 말단 직원의 의견이 맞았다며 계획을 모두 수정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동안 아무런 보고도 없었으니 사실상 계획을 수정한다고 CEO에게 통보한 셈이다. 그런데도 그 팀은 매우 당당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짐 화이트허스트는 과거 델타항공을 다닐 당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누구보다 많이 알고, 그런 만큼 가장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가장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니 언제나 모든 문제의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드햇에서 일어난 일련의 경험 이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모두가 각자 필요로 하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대화와 교류가 지속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더로서 모든 구성원이 맡은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모하면서, 그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주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레드햇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기업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오픈소스가 기업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오픈소스 SW는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수많은 개발자가 기여하고, 중요한 건 이런 기여를 특정 개발자가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커뮤니티 일원 누구나 한다는 것이다. 오픈소스의 특성이 레드햇이 추구하는 기업 가치와 일맥상통했고, 레드햇 직원들은 그 가치에 공감하고 있었다.

전략회의에서 말단 개발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회의에서 말단 개발자가 나선 것이지 사실은 누구나 나설 수 있었다. 회의를 모두 웃으면서 마칠 수 있었던 것과 주요 전략을 다시 짠다는 것을 당당하게 CEO 앞에서 보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성원 모두가 지향하는 바가 같았기 때문이다. 화이트허스트는 그 부분을 인지한 것이다.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십 역량을 레드햇에서는 '오픈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고방식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첫째 오픈 리더는 기업이나 조직의 목표뿐만 아니라 한계까지 명확하게 공유한다. 관련된 자료나 리소스를 최대한 직원과 나눈다.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리더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선 공유와 협업은 필수다.

둘째 오픈 리더는 누구나 건설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단순하게 지시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그보다는 팀원이나 구성원들이 진행해야 할 업무와 관련된 전후 사정을 포함해 필요한 자료를 최대한 많이 공유하면서 혁신적인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셋째 오픈 리더라면 언제나 구성원과 기업이 같은 선상에서 공통의 지향점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화이트허스트가 2008년 전략회의에서 직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의 레드햇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오픈 리더십을 다소 장황하게 소개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공감이다. 리더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그룹·팀, 심지어 다른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오픈 리더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레드햇은 이러한 리더십 방식을 고객과 파트너와도 공유하면서 함께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독일의 비영리조직인 피웨어 재단(FIWARE Foundation)과 스마트시티 솔루션 기업인 HOPU(Human Oriented Products)는 조직 내 오픈 리더십 역량을 이끌어주는 레드햇 오픈 이노베이션 랩스 팀과 제휴, 오픈소스 기반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해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에 기여한 사례도 있다.

마지막으로 금연을 예로 들어보자. 이론상 금연은 정말 쉽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금연을 위한 수많은 상담 프로그램이나 보조제가 있지만 금연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능한 리더는 금연에 성공하면 어떤 보상을 해줄지를 고민하겠지만 오픈 리더, 유능한 리더는 금연이 필요한 이유를 함께 고민할 것이다.

김경상 한국레드햇 대표 kyekim@redhat.com

〈필자〉김경상 대표는 25년 이상 기업의 비즈니스 혁신을 지원해 온 IT컨설팅 분야 전문가다. 2021년 1월 한국 레드햇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현재 레드햇의 글로벌 오픈소스 문화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국내 오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 확대를 위한 오피니언 리더이자 한국레드햇 국내 비즈니스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레드햇에 근무하기 전에는 쌍용통보통신, 액센츄어 등에서 다양한 리더십 직책을 맡아 왔다. 특히 쌍용정보통신 최고경영자(CEO)로 지낼 당시 스포츠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성공하는 등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전환을 주도했다. 액센츄어에서는 다양한 국내 대기업의 프로세스 혁신, ERP 컨설팅 등을 포함한 디지털 컨설팅 사업을 이끌면서 고객의 비즈니스 혁신을 지원했다. 1995년 연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고려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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