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2023 산업 트렌드, 진정한 상생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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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고객 10명 가운데 7명은 개인화 서비스를 기대한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매킨지가 발간한 보고서 설문 결과다. 보고서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수익 증가율이 다른 기업보다 약 40% 빠르다고 말한다.

금융지주 신년사에서도 '개인화' 키워드가 등장했다.

오프라인 산업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고객 개인의 취향과 습관 등을 고려한 맞춤 서비스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개인화 서비스 트렌드를 좇기 위해 전통 금융회사가 지출하는 디지털전환 비용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155개 금융사가 2021년 정보기술(IT) 인력을 전년 대비 12.4% 늘렸고, 총예산 대비 IT 예산은 12%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포인트(P)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산운용비에서 인건비 다음으로 많이 투자된 금액이 유지보수비였으며, 나머지는 통신 및 인프라 이용 분담금 등이었다. IT 인력과 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해도 대부분을 레거시 시스템 유지·보수에 분배하고 있는 것이다.

한계를 체감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예상한 금융사는 IT 기술력 및 인프라를 갖춘 핀테크와 머리를 맞대어서 비용은 줄이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태생은 다르지만 '고객 만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두 산업체 간 협업이 시작된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핀테크 서비스와 제휴한 금융사는 비용을 낮추면서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핀다 제휴 저축은행 매출 상위 5곳의 수수료를 분석해 보니 오프라인 대출 모집인 대비 월평균 1억1779만원의 수수료를 아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금융플랫폼과 비교했을 때는 2548만원 낮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글로벌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통해 전통산업 및 IT 플랫폼이 상생했을 때 고객 만족도와 선순환 생태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와 옵션을 선택하면 최적의 상품을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해주면서도 합리적인 수수료 분배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제 고객이 낸 숙박료의 약 87%를 호스트에 직접 제공한다.

호스트가 받은 숙박료는 시설 리노베이션과 청소비와 가계비, 임대료, 대출원리금 상환 등 숙박시설 관리, 유지, 보수 등에 쓰인다.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 비용 부담을 낮추고 다음번에도 고객이 해당 숙박업소를 찾을 수 있도록 고객 만족에만 신경쓸 수 있게끔 수수료 구조를 체계화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IT플랫폼이 상생 생태계를 조성한 사례가 있다. 외식업의 새로운 트렌드인 배달 플랫폼 업계다. 이 산업은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덮쳤을 때 지역 경제 발전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했다.

실제 배달의민족을 통해 거래되는 배달음식 매출은 1년에 20조원이 넘고, 라이더(배달원)에게 지급한 배달료만 2021년 기준 7000억원이 넘는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쿠폰을 소비자에 제공하는 등 대규모 투자로 먹거리 시장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키워냈다.

금융회사는 낮은 금리를 제공할수록 더 낮은 수수료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을 위한 우대금리나 혜택 등을 자발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은 고객은 핀테크 대출관리 서비스를 통해 성실하게 이자와 원금을 갚게 되고, 신용점수가 높아진다. 금융회사는 부실 채무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다.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 해를 맞으며 새로운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여러 산업군이 있다. 개인화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며, 민첩하고 정교하게 서비스를 다듬어야 선택받을 수 있다. 대표적 규제 산업인 금융은 다소 느리다. 그렇지만 핀테크는 시행착오도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는 DNA를 지녔다. 오로지 고객만을 위해 두 산업군이 상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협업을 이어 가는 한 해가 되기를, 올해 트렌드는 '진정한 상생 가치'가 되기를 바란다.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comm@find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