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장비 반입 못하는 中…韓 반도체 소부장에도 여파

ASML·TEL, 美 수출 규제 동참
中 매출 비중 13%P·4.7%P 줄어
시장 축소에 국내 업체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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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여파가 국내 장비 업계로 전이되고 있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 만들어지는 핵심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이 어렵게 되자 이에 함께 사용되던 우리나라 장비들의 수출길도 막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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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ASML과 TEL의 중국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4분기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약 6조5000억원)의 약 9%로,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P) 감소했다. TEL의 4분기 중국 반도체 장비 매출 비중도 전년 동기 대비 4.7%P 감소한 22.4%로 나타났다. TEL 4분기 전체 반도체 장비 실적은 약 4조3900억원이었다.

ASML과 TEL은 각각 네덜란드와 일본 반도체 장비 회사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을 합의한 나라로, 미국의 수출 통제 영향이 실적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램리서치 역시 전 분기 대비 중국 비중이 줄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도 비슷한 양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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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EUV 노광장비 <사진=ASML>

문제는 이들 글로벌 반도체 장비 동향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ASML은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 시장 80%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특히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공정에 활용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독점 공급하고 있다. TEL 역시 증착·식각 등 핵심 공정 장비를 다수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이들 핵심 장비를 들여올 수 없는 중국은 반도체 공장(팹)을 새로 짓거나 유지·관리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졌다. 실제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베이징 신규 공장이 특정 장비 지연 조달로 양산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필수 공정 장비보다는 이를 보조하는 시스템들을 중국에 공급해왔다. 증착 공정에 부가 기능을 더하거나 주요 장비 열 제어를 하는 장비, 계측·검사, 세정·세척 장비 등이다. 패키징과 테스트 장비도 다수 판매했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공장 자체가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장비업체 판로도 좁아졌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까지 중국 매출 비중이 부쩍 늘었던 일부 기업은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미국의 규제로 글로벌 장비업체의 빈자리를 우리나라 기업이 채울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중국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서 그 기회를 잃고 있는 양상”이라며 “미국 고객사도 있는 만큼 눈치가 보여 중국 시장을 강하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재·부품 분야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장비업체가 국내에서 조달하는 소재·부품 수가 상당한데 장비를 팔지 못하니 이들 수요도 감소 중이다.

한 반도체 소모품 업체 대표는 “미·중 갈등 여파가 작년 하반기부터 체감되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침체될 경우 국내 소부장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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