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교통사고 사망률을 안전띠 의무 착용 전후를 비교하면 3배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1978년 차량에 안전띠 장착을 시작으로 40년이 흐른 2018년에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했다.
1913년 독일 전투기에 적용된 안전띠가 우리나라 운전자안전을 위해 제도화돼 시행되기까지 10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도입한 나라도 있지만, 아직 의무가 아닌 나라도 있다.
이러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안전띠라는 제품을 만드는 비용, 안전띠 의무 제도를 유지하는 비용, 안전띠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손실 비용 등)과 시간(안전띠 의무 착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필요한 기간 등)이 든다. 비록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운전자 안전은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유명 골퍼의 차량사고에서 안전장치 덕에 신체 위험을 줄인 사례에서 보듯 국내 자동차 회사는 연구개발로 환경 규제에 대처, 영업이익을 10조원 가까이 달성했다. 규제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기업 전략에 달려 있다.
환경. 한국환경공단은 코로나19 기간 광주지역 층간소음 상담 건수가 약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층간소음의 불편 비용은 가구당 5만5000원(2008년 기준) 정도로 추산된다. 2022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국가적으로 1조5000억원이 넘는 불편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해마다 급증해 2021년약 4만6000건이 제기됐다.
1930년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지어진 이래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제도적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식 아파트를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층간소음의 합리적 솔루션을 함께 제공한다면 해외에서 인기를 더욱 많이 얻을 것이다.
에너지.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역대급 추위가 닥쳤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 추위를 기후변화의 한 신호이며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고, 대안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유럽 그린딜을 발표하고 에코디자인 지침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초고화질 8K TV의 에너지효율을 0.9로 정해놓고 이 수치를 넘어서는 제품은 판매를 허가하지 않는 규제 조항이 있다.
이 규제로 당장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수출액은 7500억원에 이른다. 이에 국가기술표준원은 해당 업체 및 전문가들과 대책반을 구성해 우리 측이 제시할 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질의처 공식 서한 발송, 특정 무역현안 제기,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 안건 제기로 EU 측에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EU 에너지총국을 직접 설득한 끝에 수출에 차질이 없는 한도 안에서의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
무역기술장벽. 앞의 사례는 높아지는 여러 나라의 대표 기술규제 분야인 안전·환경·에너지의 극히 일부분이다. 자유무역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기술규제를 바탕으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각국 TBT 건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술규제는 양날의 검이며, 창과 방패다. 기술규제는 유명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용어로 '사이언스 배슬'(Science Vessel·과학선)이다. '디펜시브 매트릭스'(일종의 방어막)인 동시에 EMP(공격에 사용하는 전자기 펄스)다. 내가 쓰면 자국 산업 보호이고 다른 국가가 쓰면 TBT가 된다. 우리의 사이언스 배슬을 운용할 글로벌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 장기적 연구개발 항목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것, 시의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략가를 배에 태우는 것이 위기의 TBT를 넘을 수 있는 우리의 무기다. 이를 위해 기술규제대응국은 데이터 기반 선제 대응형 전략 시행, 해외 규제 담당 기관과의 직접적인 협력 채널 가동, 수출 지원을 위한 해외 인증 애로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창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대응국장 cliqu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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