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기관으로부터 지식자산 탈취로 말미암은 벤처기업 피해 사례와 정도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추가로 한국기업 특허가 특허괴물(NPE)에 판매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도 포함했다. 질문의 대상이 된 이유는 지난 11년 동안 이뤄진 지식자산 탈취에 대한 소송에서 민·형사 모두 대법원 승소가 마무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허권 침해와 지식자산 탈취 및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11년의 소송을 이어 왔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의 특허 분쟁에 관한 현실에 대해 소고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 출원은 총 18만3796건으로 2020년에 비해 11% 증가하고, 이 가운데 벤처기업은 6만건이 넘게 출원해 전체 평균보다 3배에 이르는 19.8% 증가율을 보였다. 기술 기반 창업 증가에 따라 초기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고, 특허를 통한 회사 가치 인정과 자금 조달에 대한 절실함을 방증한다.
또 벤처기업 10개사 가운데 9개사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겪은 바 있고, 이 가운데 90%가 소송을 포기하는 등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권리행사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과 대안을 살펴보자.
첫째 사내 법무 인력 미확보와 특허 전문 변호사 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분쟁 비용과 시간 부담, 절차와 심리적 부담감으로 포기하게 된다.
특허분쟁 전문 변호사를 잘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시간당 비용과 승소비용을 부담하기는 더욱 어려운 점이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특허침해소송대리를 변리사로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부 전담 기관을 지정해서 소송 상담과 비용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소송 기간의 장기화로 시의성을 놓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생존에는 직결되지만 발등의 사업성 확보 때문에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송 절차를 신속하게 제시해야 한다. 특허청의 '지재권 분쟁대응센터', 경찰청의 전담 조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의 감정 평가 그룹을 연계해서 운영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
실질적인 지적자산 관리주체와 수사기관과 전문 기관이 함께 '원스톱서비스'가능한 체계를 만들고 계몽을 해서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손쉽게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증거 확보에 대한 어려움으로 기술 탈취 증명이나 소송 도중 대응 논리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소송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소송 관련 정보 및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하면 반드시 제출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절차)를 미국 수준으로 도입하여야 한다. NPE에 자사의 지식자산을 매각할 때는 특허권자뿐만 아니라 등록된 개발자의 동의도 받도록 하는 등 특정인의 배임을 한 단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둘 것을 제안한다.
넷째 지식자산 보유 개발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모호함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때문이다. 헤드헌터들은 채용시장에서 그들을 몇 년의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몸값을 올려서 이직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직원들은 고수익을 손쉽게 올리려는 이들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기술개발회사의 이 같은 이의 제기에 대해 법적 처벌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이다.
총 11년의 전쟁을 겪은 현재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소송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국가나 사회나 법조계 어디건 답변을 요구하고 싶어진다. 간단한 도둑질도 실형을 사는 시대에 왜 지식자산으로 피해가 수백억에 이르러도 제대로 된 판결과 진위를 얻기가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최종 판결문에는 '프로그램 개발에 드는 시간, 노력, 비용 등을 절약하는 부정한 이익을 얻었다'고 절도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으로 직접 취득한 이익이 그다지 큰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으로 양형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이라는 판결에 대한 그 억울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최백준 틸론 대표이사 kjun@til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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