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兆 자율주행로봇, 규제에 갇혔다

배송·순찰 실외서비스 발목
LG·KT 등 개발 경쟁력 약화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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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공간의 자율주행로봇이 전북 전주시 산업단지에서 순찰 활동에 나서는 모습. 로봇에 가스 탐지 센서를 부착해 공단 내 가스 누출 여부를 파악한다.<사진 제공 : 도구공간>

자율주행로봇이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사업을 하려면 실외 이동이 필수이지만 이를 허용할 근거가 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다수 업체가 실외 주행 능력을 갖춘 자율주행로봇을 개발했지만 실제 서비스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이 발빠른 규제 해소로 사업 고도화 지원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오는 2030년 30조원에 이를 자율주행로봇 시장이지만 관련법 미비로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관련 로봇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LG전자, KT, 로보티즈, 우아한형제들 등 총 9개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실외 이동 로봇이 시제품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배송·순찰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로봇을 만들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개발한 자율주행로봇은 도로교통법상 차량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인도로 다닐 수 없다. 배송·순찰이 필수적인 지역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총중량 30㎏ 이상의 동력 장치는 공원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공원녹지법 때문이다. 또 사물 인식을 위해 부착된 카메라는 개인정보보호법 제한을 받는다.

로봇업계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로 특정 지역에서만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경기 수원시 광교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서비스를 검증하고 있지만 내후년이면 이 실증 사업마저 접어야 할 판이다. 규제샌드박스 최대 특례기간인 4년에 도달, 사업을 이어 갈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사고 한 번 없이 로봇 배달 누적 1만건을 돌파하며 사업성을 확인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비즈니스모델(BM)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 특례를 추가로 받는 방법도 타진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LG전자는 개발하고 있는 실외 자율주행로봇의 출시 시점을 고심 중이다. 시제품을 개발하고 실증사업까지 진행 중이지만, 제품 무게·형태·운행속도 등 제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를 다닐 수 있는 실외 이동 로봇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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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테크놀로지의 배달로봇. 최근 누적배달건수 400만건을 달성했다.

이 와중에 주요 국가는 각종 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스타십테크놀로지는 미국 대학 캠퍼스 중심으로 배달 누적 400만건을 달성했다. 2016년 로봇 운용 장소와 무게, 속도 등을 규정한 개인배달장치법(PDDA)을 제정하고 이듬해 정식 운행을 허용한 것이 주효했다. 현재는 20여개 주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를 허가하고 있다.

중국은 아예 규제를 없애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무인 배송로봇 500대를 배달에 활용하고 있다. 누적 1000만건을 달성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3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힘입어 라쿠텐, 파나소닉, 세이유 등 3개 기업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상용화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도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에 묶여 있다. 해당 법안은 실외 이동로봇을 정의하고 운행안전제도 도입과 사고에 대비한 손해보장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모두 자율주행로봇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 법이 발효돼야 국내 자율주행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난 8월 발의 뒤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관련 법 개정으로 5년 동안 얻을 수 있는 국내 총생산 유발 효과는 6373억원에 이른다.

곽관웅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지능형 로봇법으로 엄격한 제품 안전 인증, 최고 주행속도 기준 등 자율주행로봇 사업 시 필요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케츠는 2030년 세계 자율주행로봇 시장이 221억5000만달러(약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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