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블루아카이브 등 폭넓은 IP 확대
日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 인기 급상승
中 원신, 글로벌 누적매출 7조원 넘어
과도한 선정성·사행성 수위조절 필요
소수 마니아층이 즐기는 문화로 취급받던 '서브컬처'가 게임 영역에서 대세로 부상했다. 다양한 지식재산권(IP) 확장과 컬래버레이션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모바일 앱마켓 매출 상위권에 안착하며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국내 제작사가 개발한 토종 서브컬처 게임은 장르의 본류격인 일본 시장에서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외자 판호 발급 재개로 게임 시장 개방을 앞둔 중국에서도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유망 장르로 서브컬처가 주목받고 있다.
◇日유저 홀린 니케·블루 아카이브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는 최근 '아시아 태평양 어워즈 2022'에서 최고의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승리의 여신:니케'(이하 니케)를 선정했다. 시프트업이 개발, 레벨 인피니트가 서비스하는 니케는 지난해 11월 출시 당시 한국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일본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최고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삼정KPMG에서 발표한 2023년 게임산업 10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서브컬처 게임은 단단한 팬층을 기반으로 IP 확장성을 강화하고 성장세를 이어 나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위권 게임 내 서브컬처 장르가 30%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디게임에서도 투자금 유치 경로 확대와 개발 도구의 발전, 게임 유통 플랫폼의 다양화, 새롭고 창의적인 게임에 대한 수요 등으로 다양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는 국내에서 제작됐지만, 주요 배경과 시나리오, 캐릭터명 등 전체적인 게임 분위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킨다. 목소리 더빙까지 서브컬처계 '덕틴어(오덕+라틴어)'라 불리는 일본어로 이뤄졌다.
블루 아카이브는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신경쓴 미소녀 캐릭터와 학원, 밀리터리, 로봇 합체까지 서브컬처의 인기 요소를 조화롭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식 아트북과 만화 단행본, OST 앨범 등 활발하게 IP를 확장했다. 최근에는 일본 TV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을 발표해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카카오게임즈도 서브컬처 수집형 RPG 신작 '에버소울'을 올해 하반기 일본에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한국에 유통, 기록적 매출을 경험한 카카오게임즈는 나인아크가 개발한 에버소울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일본에서 큰 성과를 예상하고 있다”며 “사전 준비 과정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에픽세븐'으로 중국 판호를 받은 스마일게이트도 서브컬처 라인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연내 일본 반다이남코 온라인의 신작 '블루 프로토콜'을 국내 선보일 예정이다. 네오위즈와 웹젠 등도 서브컬처 기반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 최강자 노리는 '중국'
국내에서 '서브컬처'는 보통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을 즐기는 '오타쿠 문화' 관련 콘텐츠를 의미하는 용어로 통용된다. 게임 분야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풍 캐릭터와 그래픽 디자인이 적용된 작품 서브컬처 게임으로 분류하는 사례가 많다.
여전히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최근 순위권 상단에 심심찮게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키웠다.
현재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가 있는 호요버스(미호요)의 '원신'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7조원이 넘는 글로벌 누적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용자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 서울 반포 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여름 오프라인 이벤트에는 3만여명이 몰려 성시를 이뤘다. 올해는 '붕괴: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 신작 출시도 앞뒀다.
이외에도 '소녀전선' '뉴럴 클라우드' 등을 흥행시킨 선본 네트워크, '명일방주'를 만든 하이퍼그리프, '무기미도'의 아이스노 게임즈 등 중국 서브컬처 게임사가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 젊은층 사이에 서브컬처에 대한 인기가 높은 가운데 한국과 일본,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금 모델·선정성 이슈 대응이 관건
서브컬처 게임은 장르적 특성상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이용자 선호와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사례가 많다. 성적인 요소를 부각하는 일러스트와 확률 기반 캐릭터 뽑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니케는 최근 태국 론칭에 맞춰 현지 영상 광고를 진행하며 캐릭터의 둔부가 흔들리는 모습을 강조하고, 이용자가 이에 몰입하는 장면을 과장되게 담아 논란을 샀다. 광고 공개 이후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결국 광고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여타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된 캐릭터 모집 비용에 대한 불만도 출시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부 일러스트에서 미성년 캐릭터가 성적 대상화되고 수위가 높다는 이유로 게임물관리위원회 민원이 접수돼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재분류됐다. 게임위의 등급 분류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으로까지 이슈가 확전됐으나 해당 일러스트를 수정한 별도의 청소년용 버전을 따로 출시하는 것으로 사안이 마무리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게임은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최애(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발굴하고, 다양한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콘텐츠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기대하는 수준과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사이의 균형감 있는 수위 조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