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제도 전면 손질…무증빙 해외송금 10만달러로 확대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외환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증빙 없이 송금할 수 있는 외환 한도를 2배 높이고 대규모 외화 차입 신고 기준도 상향한다. 금융기관의 외환서비스 경쟁 촉진을 위해 증권사도 일반환전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

정부는 10일 경제규제혁신 TF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외환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외환거래가 급증한 상황에서 과도한 외환규제가 경제 전반에 비효율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부문 위기 대응 역량을 감안해 외자유출 통제 위주의 제도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투자와 금융 혁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시행령 개정 등으로 외환거래 불편을 완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1단계와 입법이 필요한 자본거래 사전신고 전면 개편, 업권별 업무규제 폐지 등 2단계를 거쳐 외환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증빙이 필요없는 해외송금 한도를 현행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확대한다. 5만달러 기준은 1999년 외국환거래법 제정 당시 설정된 한도로 20년간 경제규모 확대와 외환거래 증가 등을 고려해 2배 확대할 계획이다. 제도 정합성을 위해 자본거래 사전신고 면제기준도 10만달러 이내로 늘린다.

은행 사전신고 원칙도 대부분 폐지하고 사후보고로 전환할 계획이다. 단 지급·수령 단계에서의 한은 외환전산망 보고체계는 유지하고 해외직접투자, 해외부동산 취득 등 7개 거래유형에 대해서는 사전신고를 유지한다.

대규모 외화차입 신고기준도 현재 3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높인다. 2021년 기준 3000만~5000만달러 사이에서 외화를 차입해 신고한 영리법인은 24개로, 총 차입 규모는 10억달러다.

1970년대 중동 건설붐에 따라 현지 소요 자금차입을 위해 신설된 현지금융제도가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폐지한다.

해외직접투자 사후부담 완화를 위해 변경보고 및 변경신고 등 수시보고 제도를 폐지해 매년 1회 정기보고로 통합한다. 해외직접투자 후 국경 간 자본이동이 없어 대외건전성 유지와 직접 관련이 없는 보고의무가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과태료 부과 기준도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합리화하기로 했다. 경고 조치로 갈음하는 자본거래 신고의무 위반금액 기준을 5만달러로 상향하며, 사전신고 제도를 사후보고로 전환할 예정인 점 등을 고려해 제재 수준을 정비한다.

금융기관의 외환서비스 경쟁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 정비도 개편방향에 포함됐다. 현행 외환법규는 은행과 비은행을 구분해 수행 가능한 외국환업무를 차등 규정하고 있는데 증권사의 대(對)고객 일반환전 허용 등을 통해 외환분야에서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위기시 증권사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한다. 현재 외환법규상 증권금융은 스왑시장에서 외국환중개사와 거래가 불가능해 외화 조달과 유동성 공급에 애로를 겪어왔다. 이를 고려해 증권금융의 스왑시장 참여를 허용할 방침이다.

유권해석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기존 투자전용계정을 이용해 추가 계좌 개설 없이도 수수료가 저렴한 은행과 거래할 수 있도록 제3자 FX 거래를 허용한다.

외환시장 위기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도 정비한다.

최근 환율 위기를 계기로 기관투자가의 해외투자가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협의 절차를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부는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도 대응 가능하도록 대외건전성 악화 정도에 따른 협의권고명령 단계적 조치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외환제도발전심의위원회를 신설한다. 현재는 외환 관련 모든 사안에 대해 기재부 외환제도과에서 최종적인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는데 업계와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법령해석의 정당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위원회는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을 위원장으로 금융위, 관세청, 한은, 금감원의 국장급 직원과 학계 및 법조계에서 참여하도록 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