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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교 국회의장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 장관은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탄핵된 국무위원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회는 8일 본청에서 본회의를 열고 찬성 179명·반대 109명으로 이 장관 탄핵안을 가결했다.

당초 김진표 국회의장은 대정부 질문 이후 이 장관 탄핵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의사일정 기재 순서와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 사례 등을 이유로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상정해 안건 순서를 바꿔 탄핵안을 먼저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하자는 안건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야 3당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예방과 대응 등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탄핵안에 따르면 이들은 이 장관이 다중밀집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관계 기관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대비 등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또 참사 발생 이후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지 않았으며 수습본부도 설치하지 않아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탄핵 사유로 명시됐다.

아울러 참사대응 조치를 지시하지 않은 채 85분 동안 관용차를 기다린 점과 현장 도착 후에도 구체적인 지사나 현장 조치가 없었다는 것도 이유로 꼽혔다.

수습 과정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발언도 탄핵 사유로 꼽힌다. 야3당은 참사 경위와 원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반복, 국회 국정조사에서 유가족 명단 확보, 중대본 설치 등에 대한 거짓 답변 등을 사유로 적었다.

김승원 의원은 탄핵안 제안 설명을 통해 “이태원 참사 이후 국회는 윤 대통령에게 재난안전업무를 총괄하는 이 장관의 해임을 건의했다. 또 이태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이장관 파면을 촉구했지만 대통령이 아직도 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안을 역사의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해임건의안 등을 통해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탄핵안 통과 이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탄핵안은 끔찍한 참사 앞에서도 반성하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과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며 “파면했어야 할 주무장관을 지금까지 그 자리에 둔 것만으로도 이 정권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유족에게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사과해야 한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 없다”며 “상식 양심 외면하는 독선을 접고 주권자 명령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참사 발생 이후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국민과 함께 인내하며 기다렸다”면서 “야3당이 탄핵소추에 나선 것은 정권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 결코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책무라는 건 수년 전 아이들의 희생과 국민들의 눈물로 새긴 헌법적 가치”라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은 야권을 향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은 “의회주의 포기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중에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의정사에 유례없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점에 대해 국무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탄핵 처리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을 브레이크 고장난 대형트럭이라 표현하며 “탄핵이 기각되면 국민들 앞에 민주당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내년 선거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