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연구 논문 수 미국 추월했다...KISTI, 보고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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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근래 반도체 연구 분야에서 미국보다 많은 연구 결과를 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김재수)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반도체 기술 분야에 대한 분석 보고서 '학술논문 데이터로 본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을 발간했다.

KISTI는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브 사이언스 2457개 인용주제 가운데 반도체 기술 관련 인용주제 100선을 선정하고 2000-2021년에 출판된 192만6890건 논문을 대상으로 주요국 연구 수준과 국제협력 현황을 분석했다. 특히 KISTI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 상황에 집중해 반도체 관련 분야 연구 인용주제별 미중 경쟁 구도를 분석했다.

전체 논문 수 비교에서 미국은 1기(2000-2005년)와 2기(2006-2010년)에 1위였으나, 중국이 3기(2011-2015년)에 미국을 추월해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피인용 상위 10% 내의 논문 수 비교에서도 4기(2016-2021년)에 1위를 차지하며, 연구 규모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세부 주제별 영향력 지수 분석에서 중국은 나노입자, 유기반도체, 광촉매 등의 연구 주제에서 이미 미국을 앞질렀으며, 2차원 물질, 나노전자기계시스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 등 '유기 반도체 소재 및 응용' 분야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 주제에서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STI 연구진은 논문에서 추출한 기술분류 임베딩 정보를 바탕으로 문헌 클러스터링과 매핑 분석을 수행하여 반도체 관련 연구 분야의 글로벌 연구지형을 도출하고, 활동도 지수와 영향력 지수를 결합하여 각국의 강점 연구 분야를 제시했다.

미국은 100개의 인용주제 가운데 50개가 넘는 인용주제가 피인용 상위 10% 영향력 지수와 활동도 지수 모두 기준보다 상위인 강점연구영역(1사분면)에 위치해 전반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장기간의 투자와 집중이 필요한 분야들인 반도체 설계 및 제작, 반도체 물성 분야 연구 주제 위주로 강점을 보였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인 기초과학 강국들도 반도체 관련 연구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연구 수준을 나타냈다. 한편, 중국은 주로 유기 반도체 소재 및 응용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은 반도체 관련 기초 연구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연구 규모와 수준이 성장하고 있지만, 양적 성장에 비하여 질적 성장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주제에서 강점을 보였고, 박막트랜지스터, 플렉서블 전자회로 등 디스플레이 응용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나, 연구 활동도와 영향력 결합 분석에서 각 시구간별로 1사분면에 위치한 연구 주제가 10개 이하로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선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거에 영향력이 높았던 분야들은 연구 규모가 증가한 이후 영향력이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반도체 관련 연구 분야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기술경쟁 뿐만 아니라 협력경쟁도 가속화되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주요국의 양자협력관계 분석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협력은 유지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포착했다.

이준영 글로벌R&D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여 연구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는 필수”라며, “한국도 원천 기술 분야 선도국을 중심으로 협력을 다각화하고, 우수 인력 유출 방지, 해외 우수 연구자 국내 유치 등을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세정 글로벌R&D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본 연구에서는 학술논문을 분석함에 따라 반도체 분야에서 기초과학 영역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부각된 경향이 있으나, 한국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고 중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연구영역 포트폴리오 점검과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제조·산업 분야 중심의 투자 기조에서 벗어나, 기초·원천 분야에 대한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KISTI의 빅데이터 기반 과학기술 이슈 분석 채널인 미리안 및 KISTI 홈페이지에 수록돼 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