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애플케어 플러스와 준법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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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애플케어 플러스 부가가치세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종지부를 눈앞에 뒀다. 2019년 11월 본지가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래 4년 만이다. 금융위원회는 애플케어 플러스 구성 요소가 보험상품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부가가치세 부과의 합당성 및 환급 여부를 판단하는 일만 남았다.

애플은 애플케어 플러스가 국내에 출시될 당시 '적용 요율로 보험료세가 포함됩니다'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에어팟 보험상품에 법으로 막은 부가세 부과'(2019년 11월 14일자 1면) 기사가 보도되자 이를 조용히 삭제했다. 법 저촉 가능성을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상품을 개선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아이폰 가입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배짱 영업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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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은 2019년 11월 14일자 지면을 통해 애플케어 플러스의 부가가치세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애플은 이전에도 국내법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동통신사에 광고비용과 무상수리서비스 관련 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기다 공정거래위원회 동의의결 절차를 밟았다.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꼼수'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앱 개발사의 인앱결제 수수료에 부가가치세를 더한 금액으로 해외보다 높게 책정,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뒤늦게 자진시정 입장을 밝힌 사례도 있다.

애플 이용자는 높은 브랜드 충성도로 유명하다. 잇단 논란과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국내 사후관리(AS) 기준에도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제품군에 대한 애정은 꾸준했다. 애플이 보험이 아닌 통합 서비스 상품이라고 주장해 온 애플케어 플러스 역시 애플 기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낀 많은 이용자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애플케어 플러스 부가가치세 문제는 애플이 원하는 대로 조용히 묻힌 채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준법경영을 외면하고 남겨 둔 불씨는 결국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아이폰 등 고의 파손으로 애플케어 플러스를 악용하고 여타 선량한 이용자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행위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보험사기'를 꺼내 들고자 했다면 애플이 먼저 국내 법을 준수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어야 했다는 의미다.

애플케어 플러스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결정이 나면 2019년 9월부터 해당 상품을 구입한 이용자들은 1인당 수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전체 규모로 따지면 수백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환급하게 되는 만큼 기재부와 국세청이 느끼는 부담도 클 것이다. 환급 범위와 대상을 선정하고 후속 절차를 밟아 가는 과정도 얽힌 실타래와 같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애플케어 플러스 부가가치세 문제는 국내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준법경영 측면에서도 조속히 해결될 필요가 있다. 이통사를 통해 애플케어 제휴 상품을 구입하는 이용자와의 차별적 과세도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 애플에 책임감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 정부 당국 역시 빠른 조치를 통해 사안을 명확하게 매듭짓기를 바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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