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증후군'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정부 지원은 줄고 조세부담과 규제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국내 중견기업 3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7%는 중소기업 졸업 후 지원축소와 규제강화 등 새롭게 적용받게 된 정책변화에 대해 체감하고 있거나 체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에게 '중소기업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책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기업의 30.7%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체에서 '피터팬증후군'을 가진 기업이 23.6%에 이른 셈이다.
중소기업 졸업 후 체감하는 정책변화 중 가장 아쉽고 부담스러운 부분은 '조세부담 증가'(51.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금융 축소'(25.5%), '수·위탁거래 규제 등 각종 규제 부담 증가'(16%)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국내 법인세 체계는 4단계 누진세 구조인데다가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조세제도가 많아 중견기업이 되면 조세부담이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라며 “성장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게끔 인센티브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터팬증후군 극복과 성장사다리 작동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기업이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47%)를 꼽았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의 합리적 개편'(23.4%), '기업규모별 차별규제 개선'(21.3%), '중소기업 졸업유예기간 확대'(8.3%)를 차례로 답했다.
법인설립부터 중소기업 졸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5년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졸업 후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느 쪽이 큰지'에 대한 물음에는 '차이 없다'(48.7%)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단점이 크다'는 응답이 38.7%로 '장점이 크다'(12.6%)는 답변을 웃돌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중견기업 성장촉진 전략대로 수출, R&D, 신사업 투자 지원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성장사다리 작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조세·규제 부담 완화 노력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