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 '고향'은 늘 그립고 반가운 곳이다. 내 고향이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분도 많다.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바로 '고향사랑기부제'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고향사랑기부제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거주지 이외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500만원 한도에서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자는 10만원까지 전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지자체는 기부액의 30%, 최고 150만원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기부자는 고향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이 주어진다. 지자체는 재정 확보와 함께 지역특산품 등의 활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나라 전체로는 국가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문항이 출제됐다. 지자체도 기부금 모집을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고 있다. 지금도 출근길 라디오 방송이나 짤막한 뉴스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자체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20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법안 통과에 대한 지자체와 250만 농업인의 간절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여러 국회의원에 의해 '고향사랑기부금법'이 발의됐다.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위원장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도로 깊이 있는 심사와 논의를 거쳤고, 마침내 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법사위에 회부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당시 행안위원장으로서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원장에게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넘어서는 월권행위를 중단하고 행안위에서 직접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기 전에 행안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취지대로 법사위에서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따르면 법사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120일(개정 후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은 때는 심사 대상 법률안의 소관 상임위원회(고향사랑기부금법의 경우 행안위)에서 간사 간 협의 또는 무기명 표결(재적의원 5분의 3 찬성)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법사위 여야 간사 협의와 여야 원내수석 간 협의가 긴박하게 진행됐고, 그 결과 드디어 고향사랑기부금법은 2021년 9월 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사람으로서 법안 통과는 늦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법사위에서 기부액 한도를 5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수정 통과시킨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미 일본에서는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기부자에게 세액 감면 등 혜택을 제공하는 고향납세 제도를 2008년부터 도입·운영하고 있다. 매년 기부금액 증가로 재난극복, 사회통합,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성과가 충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고향세를 도입한 첫해 모은 기부금은 81억엔(약 82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2021년에는 8320억엔(8조원)을 훌쩍 넘어 100배가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개월을 앞두고 국회에서 한·일 전문가 대담 '고향사랑기부제, 제대로 시작하자'를 진행했다. 대담에 참여한 일본 내 고향납세 모범 지자체인 사가현의 이와나가 고조 현민환경부 부부장은 성공 비결로 '지정기부제'를 개발해서 일본 전역으로 확산한 것을 뽑았다.
비영리단체, 자원봉사단체, 자치회, 부인회, 노인회 등 시민사회조직(CSO)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발굴해서 지자체에 신청하면 지자체는 절차를 거쳐 고향납세 CSO로 지정한다. 그러면 시민은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CSO를 직접 골라 기부할 수 있다. 사업활동 보고나 답례품 제공도 지자체가 아니라 CSO가 직접 한다고 한다. 현재 사가현에서만 109개 CSO가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와카미 유대모임'은 교통 여건이 낙후한 사가시 야마토정 가와카미지구에서 고령자를 위한 이송 지원, 자택 방문을 통한 안부 확인, 가사 지원을 고향납세로 하고 있다. 특히 이송 지원은 고령자 면허증 반납으로 이어져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례가 있다. 폐교 위기에 놓인 땅끝마을 초등학교의 기적, 북일초등학교 얘기다. 폐교 위기에 처한 전남 해남군 북일면 북일초는 지자체와 주민, 동문이 힘을 모아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무상으로 제공하고 일자리를 소개하는 등 혜택으로 학생을 모집하면서 지난해에만 학생 수가 54명으로 훌쩍 늘었다.
이런 아이디어와 실천력에 고향사랑기부제가 더해지면 우리 고향도 살아날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에 활기를 불어넣고 도시민과 지방 간 연결고리가 되는 제도인 만큼 정착과 확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농협중앙회가 주최한 '설맞이 고향사랑기부제 대국민 홍보 캠페인'에 함께했다. 많은 시민도 호응해 주셨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내 고향에 기부하고 세액공제 혜택과 양질의 농축산물 답례품, 내 고향의 지역 경제도 살리는 일석삼조의 복덩이다. 새해를 맞아 복덩이 하나씩 마련해 보면 어떨까. 그리운 내 고향을 위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youngkyos@naver.com
〈필자〉
서영교 의원은…
경북 상주 출신이며, 초·중·고를 지역구인 서울 중랑구에서 나왔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이 대학 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와 동아시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3선 국회의원인 서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직도 맡고 있다. 현재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으로, 직전까지는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국회 내 대표 연구단체인 소상공인정책포럼 대표의원직과 한국-캐나다 의원친선협회 회장, 민주당 민영화저지·공공성강화 대책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등 소상공인 정책에서 의원 외교 분야까지 민생을 비롯한 국익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