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이 기록한 '우주 도넛' 정체는?…"블랙홀의 별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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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별을 흡수하는 순간을 표현한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블랙홀은 때를 기다리는 덫 사냥꾼이다. 때때로 운 없는 별이 가까이 다가오면 블랙홀은 별을 갈기갈기 분해해 거대한 도넛으로 만들어 먹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241회 미국천문학회 회의에는 블랙홀에 삼켜지는 별(항성) ‘AT2022dsb’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한 허블 우주망원경 데이터가 보고됐다.

국제적인 초신성 관찰 프로젝트인 ‘어쎄씬’(Assassin; All-Sky Automated Survey for Supernovae)은 지난해 3월 ‘조석 파괴 현상’(TDE; tidal disruption events)라고 불리는 파괴적인 사건을 발견했다.

이 사건은 3억광년 이상 떨어진 먼 은하 ‘ESO 583-G004’의 중심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별 ‘AT2022dsb’이 잡아 먹히는 장면을 모두 관측하기란 어렵다. 대신 천문학자들은 허블의 강력한 자외선 분광기를 통해 수소, 탄소 등 잘게 부서진 잔해의 빛을 기록한 덕에 사건을 재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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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별을 흡수하는 과정을 표현한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이 사건은 별이 초대질량의 블랙홀 근처에 지나갈 때 일어난다. 먼저 별 외부의 가스가 블랙홀의 중력장에 빨려 들어가고, 조력(tidal force)이 별을 잡아당기면서 별이 산산히 부서진다. 별의 잔해는 블랙홀 주변에 도넛 모양으로 가스고리를 형성하며 결국 블랙홀에 잡아먹히고, 엄청난 양의 빛과 고에너지 복사를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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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별을 흡수하는 순간을 표현한 애니메이션.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블랙홀의 조석 파괴 현상은 현재까지 단 100여 회만 보고됐다. 특히 이번처럼 은하계 중심부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에 의한 항성 붕괴는 10만년에 불과 몇 번 밖에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희귀하다.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에밀리 엥겔탈러 연구원은 “아주 짧은 시간의 관측이었다”면서도 “항성의 잔해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알 수 있게 됐으며 블랙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허블 우주망원경은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지난 1990년 우주로 보내진 이후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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