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이벤트 산업 생존을 위한 연대와 효율 향상

Photo Image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지난 3년은 이벤트 산업계에 참 얄궂은 시간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벤트 산업계를 생사기로에서 헤매게 했다.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며 엔데믹을 바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공연이 다시 시작되면서 이벤트 산업계도 회복을 넘어 더 높은 성장을 기대했다.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준비했고, 관객 역시 지친 심신을 위로받기 위해 함께 기쁨의 땀과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희망찬 부활을 위한 노력을 비웃듯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은 위기에 몰렸다. 경제전문가는 '퍼펙트스톰'이라 불리는 초대형 경제난이 올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낸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벤트 산업계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서 혁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년 전 문화가 산업이 될 것이라는 말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별적 이익 추구가 아닌 총체적 협력체계를 만들 것을 다짐하던 이들이 있었고, IT 기술은 그 기반이 됐다. 결국 대한민국 문화 산업은 세계적 반열에 올랐고, 오늘날 그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혜안이 담겼다.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최고의 선은 물과 같고,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며 다투지 않으며, 물은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서도 편안히 머무니 물은 도에 가깝다는 의미다.

대형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무사히 항해하기 위해서는 태풍에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하고 크지만 부러지지 않을 유연함을 갖춘 배가 필요하다. 선원 모두가 합심해서 시시각각 바뀌는 바다 상황에 맞춰 여러 장치를 당기고 풀고 조이면서 태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눈을 감지 않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공연·행사·모임이 이뤄졌다. 많은 관련 업계 종사자에 의해 준비되고 완성돼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와 지표는 부족하다.

공연산업과 마이스(MICE) 산업은 제각기 분리·관리된다. 롱테일에 해당하는 중·소규모 공연이나 행사·모임이 이벤트 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책 결정자에게 현장의 목소리와 어려움이 닿기는 요원해 보인다.

플랫폼 사업의 성공 기준은 '얼마나 많은 이가 플랫폼을 통해서 비용을 아끼고 이익을 늘려 품질이 향상되도록 돕고 있는가'다. 모임문화 플랫폼 온오프믹스 역시 눈앞에 이익을 좇는 선택을 지양하고 묵묵하면서 착실하게 성장과 생존을 증명했다.

이벤트 산업계도 연대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비용을 아끼고 함께 효율성을 높여야 살아남는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 각각의 개체는 보잘것없이 작은 규모라 하더라도 연대해서 한 목소리를 낸다면 어렵고 힘들 때 죽지 않을 지원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서로를 이롭게 할 방법을 찾아 노력한다면 대한민국 이벤트 산업의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돼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 것이라 믿는다. 같은 생각을 하는 이벤트 산업계의 다양한 종사자와 소통할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언젠가 함께 만나 연대할 것을 믿으며 2023년 이벤트 산업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한 걸음 내디디려 한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ceo@onoffmi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