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 지고, '패스' 뜬다... 게임사 구독형 수익모델 주목

카트라이더 신작 '구독 BM' 도입
OTT 수준 가격에 확정 보상 제공
이용자 꾸준한 접속 유도 장점 커
확률형 아이템과 공생 방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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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라이더: 드리프트

구독형 '패스' 서비스가 게임업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로 주목받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소비재 유통 분야 '구독경제'를 채택하는 게임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 신작 또한 확률형 BM을 배제, 각종 패스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BM 고도화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넥슨은 12일 글로벌 프리시즌에 돌입하는 신작 '카트라이더:드리프트'에 '레이싱 패스' 서비스를 주력 상품으로 제시했다. 게임 내 시스템 전반에 확률 요소를 적용하지 않고 이용자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공정한 레이스 환경을 마련하다는 목표다.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카트바디는 레이싱 패스와 상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추후 정규 시즌부터 도입되는 카트바디 업그레이드 시스템 역시 확률 요소를 배제, 무료재화인 루찌를 소모해 확정적으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 레이싱 패스 가격은 일반적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구독제와 비교해도 부담 없는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확률형 아이템은 국회,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은 국내 게임 시장의 급속한 성장을 견인했으나 일부 인기 아이템(캐릭터·장비)에 대한 극도로 낮은 확률 설정과 반복 구매 유도에 따른 사행성 조장, 정보 불투명성 등이 문제가 됐다. 정부와 국회도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까지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민법 개정에 나섰다.

대안으로 부상한 패스 서비스는 일정 금액을 내고 구매하면 도전과제 달성이나 출석 일수 등 게임 진척도에 따라 정해진 보상 혹은 추가 보상을 얻는 상품이다. 일종의 구독형 모델로 시즌에 따라 새롭게 추가되는 캐릭터나 아이템 등을 우선 제공하는 방식도 구현됐다.

지난해 출시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오버워치2'는 게임을 전면 무료화하고 배틀패스를 도입했다. 영웅과 고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 배틀패스(10달러)를 9주 간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슈퍼셀 '브롤스타즈'는 기존 랜덤박스 상품 판매를 종료하고, 구독형 보상 '스타로드'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무작위성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을 얻도록 한다는 취지다.

모티프가 개발, 라인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한 착한 BM을 전면에 내세웠다. 패스 서비스와 유사한 성장형 패키지 아이템을 판매해 호평받았다.

게임업계는 패스 서비스와 같은 구독형 모델이 이용자에 목표 달성이라는 성취감을 주고 게임 접속을 꾸준히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비해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의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지만, 게임 재미와 몰입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인 모델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며 “구독형 BM을 활용해 재미와 수익성을 모두 잡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