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말연시도 없다...글로벌 경영 강행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말연시를 잊은 채 중동에서 아세안 지역까지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경영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복합위기 상황에서 새해 반도체 등 주력사업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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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오른쪽)이 베트남 SEV 스마트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자료:삼성전자]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주 베트남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이날까지 귀국하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베트남에 이어 싱가포르를 거쳐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 사업장을 점검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지속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 참석하고 있는데 전국 법원이 내년 1월 6일까지 2주간 휴정기에 들어가 일정에 여유가 있다.

이 회장은 이 기간에 글로벌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 격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곳은 최근 이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과 관련된 삼성SDI 말레이시아 법인이다.

삼성SDI 말레이시아 법인은 1991년 설립한 삼성SDI 최초의 해외법인이다. 초기 브라운관 제조 거점을 거쳐 2012년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말레이시아 세렘반 공장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2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에선 '2170'(지름 21㎜ 높이 7㎜) 제품을 제조한다.

이 회장은 지난주 방한한 올리버 집세 회장을 만나 BMW 최신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성SDI의 'P5' 배터리를 포함한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BMW와 삼성SDI가 새로운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는 새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이 말레이시아 생산 거점을 점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가전·TV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와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도 이 회장 방문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을 주요 생산 기지로 삼던 삼성전자는 인도,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으로 스마트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새해 1월 예정된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 참석 가능성도 있다. 올해는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인 이 회장을 포함한 재계 총수들이 다보스포럼 기간 중 글로벌 인맥을 활용한 유치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달 초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출장지로 중동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이 회장은 UAE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자”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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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UAE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자료:삼성전자]

한편, 이 회장이 해외 출장중인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지난 26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모여 경기 침체 위기에 대응할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올해 경영 성과와 내년 사업 계획을 점검하고, 국내외 경제 현황과 전망 등을 공유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