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허덕이는 석유유통업계가 신용카드사 대상으로 수수료율 인하를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유통업종 영업이익률이 전체 도소매 업종 가운데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인 데도 기름값 상승 당시 막대한 카드수수료율을 챙긴 카드사가 주유소들의 경영난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최근 신한카드 등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문서를 발송했으나 사실상 협의를 거부당했다. 문서에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기존 1.5%에서 1%까지 0.5%포인트(P) 낮춰 달라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유통업계가 수수료율 인하 촉구에 나선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급등한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 측에 탄원서를 잇달아 제출했고, 같은 해 말 카드사에도 협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개별 주유소 사업자와 신용카드업자가 자율 협의로 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협회(단체)에 대한 '주체 적격성'을 문제 삼았고, 신용카드 업체들도 정부 입장과 맥을 함께하는 내용 등을 담아 협상을 거부했다.
석유유통업계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석유유통업종 영업이익률은 2019년 기준 1.8%로 전체 도소매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데 신용카드 수수료율 부담이 커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주유소 업종 신용카드 매출액은 2021년 기준 약 48조4958억원으로 추산된다. 영업주유소 1만1142곳을 기준으로 할 경우 주유소당 수수료 부담액은 연간 6529만원에 이른다.
특히 석유유통업계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1.5%로 정률 적용되는 만큼, 유류 가격이 오를 경우 수수료가 뛰고 기름 값 인상을 압박해 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석유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5%포인트만 낮춰도 영세 주유소 경영난 해소에 도움이 되고, 휘발유와 경우의 경우 리터당 10원 이상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면서 “1983년부터 현재까지 38년간 고정된 카드사 수수료율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