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의 미국 하이니켈 양극재 합작공장 건설 계획이 정부 불허로 중단된 지 4개월이 지났다. 하이니켈 양극재가 국가핵심기술로 해외에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다 급변한 정치 환경까지 더해져 투자 승인이 보류됐다. 관련 업계는 투자 계획 재승인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엘앤에프는 연내 산업통상자원부에 양극재 공장 투자 승인을 재요청할 방침이다. 미국 양극재 공장을 오는 2025년에 가동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신공장을 짓고 가동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양극재 생산 설비가 구축되고 양극재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개월 동안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엘앤에프는 올해 안으로 산업부의 투자 재승인 심사를 받아도 공장 착공, 양품 생산까지 목표 시간을 맞추기 빠듯한 실정이다.
산업부는 엘앤에프에 공장 승인 요건을 만족한다면 얼마든지 미국 공장 건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엘앤에프 경쟁사인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에 미국 양극재 공장 투자 허가를 내준 상황에서 투자 기준만 충족시키면 문제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엘앤에프가 미국 레드우드머티리얼스와 함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면 국가 핵심기술인 하이니켈(니켈 함량 90%) 양극재 기술이 미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공장 건설 승인이 한 차례 불허되면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엘앤에프가 합작사 이사진을 자사 핵심 인사로 채우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엘앤에프 미국 공장 건설이 우려되는 이유는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면서 레드우드가 엘앤에프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양극재 제조 관련 기술을 제공 받기 때문이다. 레드우드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이지만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에 관심이 크다. 양극재 생산 기술을 흡수하면 앞으로 하이니켈 양극재를 직접 생산, 국내 양극재 업체와 경쟁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은 중국·일본과 비교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정부가 국내 양극재 업체의 해외 공장 건설을 지원하면서도 기술 유출 문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해외 파트너사가 앞으로 잠재적 경쟁사로 둔갑할 수 있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엘앤에프 미국 합작공장 투자 건은 정부 최초의 불허 사례다. 우리 기업이 미국·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도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막는 '창과 방패'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정부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