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혁신 단상]<2>건설 디지털화와 생산성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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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높은 생산성은 높은 가격경쟁력, 같은 값의 좋은 품질, 시장점유율과 수익률 상승을 의미한다. 생산성이 낮다면 급여나 복리후생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등하고, 우수 인재 유입이 어려우며, 고부가가치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속 가능한 발전에 제약이 크다는 의미다.

매킨지가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5~2014년 20년 동안 글로벌 건설산업의 연평균 생산성 성장률은 1%에 그쳤다. 2006~2017년 10년 동안의 건설산업 취업자당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을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는 G7 평균의 70% 수준에 머무른다. 건설산업 자체가 생산성 향상이 정체된 데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생산성은 더 낮다. 매킨지가 2018년에 발표한 한 보고서는 21개 산업의 생산성 성장률과 디지털화 지수의 상관관계를 미국 및 유럽으로 구분해서 분석하고 있는데 여기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지수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 둘째 건설산업 생산성 성장률과 디지털화 지수는 전체 산업에서 꼴찌라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역설적이지만 디지털화를 통한 건설생산성 향상의 가능성을, 그것도 낮은 만큼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매킨지의 2017년 보고서, WEF의 2016년 보고서, BCG의 2016년 보고서에서도 모두 디지털화를 통한 건설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국토교통부도 스마트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건설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니 디지털화는 건설 생산성 향상의 핵심 전략임이 틀림없다.

디지털화의 영어 표현으로 digitization, digitalization, digital transformation 등이 사용된다. 물론 digital transformation을 디지털전환(변환)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각각의 의미를 포브스(Forbes)와 가트너(Gartner)의 자료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digitization은 다양한 형식의 아날로그 정보를 컴퓨터가 읽고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digitalization은 업무 처리에 디지털 기술과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의미하며, 자동화(automation)는 digitalization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digitization이나 digitalization은 기업 영역이다.

셋째 digital transformation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수반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건설산업의 디지털화와 생산성 향상을 얘기할 때 디지털화의 어떤 면을 의미하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digitization과 digitalization은 업무처리, 커뮤니케이션 효율 향상, 오류 감소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digital transformation 관점이라면 비즈니스 모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단순 생산성 향상이 아닌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물론 두 가지 접근 모두 전자는 분모를 줄이는 관점에서 후자는 분자를 늘리는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BIM, 스마트건설 기술, 그 외 많은 디지털 건설기술 개발에 정부 R&D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입·낙찰 제도에도 스마트건설 기술 활용 장려를 위한 내용이 반영됐고, 스마트건설 기술 창업기업을 위해 각종 지원정책뿐만 아니라 펀드까지도 운용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좀 헷갈리는 대목이 있다.

건설 디지털화 주체는 도대체 누구인가. 디지털화를 통해 얻어지는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앞에서도 짚어 봤지만 결국 디지털화 주인공은 기업이다. 일차적인 수혜자 또한 기업이다. 발주자나 사용자로서 공공과 민간은 간접적인 수혜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 생산 주체는 디지털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렇게 디지털화 수준과 노력이 뒤처진 이유는 뭘까. 아마도 프로젝트 기반이며 선수요-후공급 체계의 수주산업이라는 건설산업의 고유한 특성이 가장 큰 이유일 듯하다. 하지만 건설산업 고유의 특성을 깨뜨리는 디지털 기반 건설혁신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집을 고르고 전문가 챗봇과 상담해서 설계를 결정하면 공장에서 표준화된 모듈을 이용해 집을 제작한 후 현장에 가져와서 설치한다. 제작 및 설치 과정도 온라인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리고 계약과 결제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다. 물론 품질, 공기, 비용은 기존 방식과는 동등 이상의 수준이다.

사례처럼 기존 비즈니스 방식을 파괴하는 새로운 모델이 다양하게 등장한다면 건설산업 전체의 부가가치와 생산성도 향상되고 소비자도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존 기업의 변화보다는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이 건설혁신에 더 효과적이다. 새로운 도전의 원천이 되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문화와 환경도 함께 조성돼야 한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건설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향상할 수 있는 도전이 계속 늘어나길 응원한다.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myazure@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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