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을 둘러싼 정치 대립 양상이 지속되면서 처리 시점을 두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9일 처리가 물 건너가면서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내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겼다. 예산안 통과 무산 이후 여야가 목표로 삼은 시점은 15일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예산안이 걱정되는 이유는 내년에는 실물경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2024년도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인 2%를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의미에서 예산안의 가장 큰 쟁점인 법인세 개편안은 다가오는 경제 침체에 대비하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비용을 줄인다. 세금은 기업 입장에서 큰 비용 가운데 하나다. 경제 활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노력하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맞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기국회 내 예산안 통과가 무산된 9일 긴급히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야당을 향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 잘 버는 기업을 '초부자 프레임'에 가두는 야당의 언어를 지적한 것이다.
법인세 외에도 예산안 합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은 산적해 있다. 정치적 외풍은 심하고 상임위원회는 제대로 열리지 않아 졸속 심사 우려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논의가 '간사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점도 알 권리를 침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예산안은 넘어가더라도 앞으로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대립이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예산안이 기한 내 처리된 역사는 길지 않다. 예산안은 늑장 처리의 대명사였다. 2012년도 예산안은 2011년 12월 31일 밤 11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처리됐다. 2013년도 예산안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가결됐다. 이후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예산안은 간신히 기한을 지켜 왔지만 올해 그 선을 넘은 것이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는 말이 있다. 올해를 선례로 해서 앞으로 매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줄다리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기대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