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타트업 혹한기…창업가 불씨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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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염 재믹스스튜디오 이사.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은 낭만 시대였다.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총 11조7287억원으로 역대 최대일 뿐만 아니라 그 전해보다 3.3배나 늘어났다.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스타트업 투자는 막혔고, 기업 가치는 쪼그라들고 있으며, 매력적인 스타트업이란 미래 비전보다 현재 돈을 벌어서 먹고살 수 있는 회사로 바뀌고 있다. 드디어 옥석이 가려진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 하기도 하고, 오히려 지금이 바로 투자 적기라면서 이런 때일수록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시작된 스타트업 투자의 혹한기는 앞으로 2~3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스타트업 시대는 저물고 마는 것일까.

호황이 이어지던 지난 10년 동안 스타트업은 한국사회와 산업 여러 분야에서 혁신 및 변화를 하며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스타트업이 만들어 낸 일자리는 매년 크게 증가, 2021년에는 76만명 이상이 스타트업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이 만들어 낸 일자리는 20대와 여성 고용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성세대의 기업문화를 대체하기 위한 가설과 실험을 진행하며 일하는 방식 및 문화, 개인의 발전·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국의 유능한 청년에게 창업가 정신을 심고, 노련한 장년에게도 용기 있는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주식, 코인, 부동산 등 재테크에 몰입하고 있는 현상의 대척점에서 시장에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사업을 일구는 가치를 보여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산업 기틀을 세우던 위대한 창업가 시대를 다시 열고 있는 것이다.

얼어붙은 투자 환경 아래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스타트업 오디션 '유니콘 하우스'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정점을 찍은 지난해에 방송됐다. 스타트업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올해 오히려 유니콘 하우스가 보여 주고자 하는 창업가와 투자가 이야기는 가치를 더욱더 발하는 것 같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가는 유니콘 하우스를 교과서처럼 생각한다. 서바이벌 방식이지만 유니콘 하우스가 단순히 냉정한 평가를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 않기 때문이다. 유니콘 하우스가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성공'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다. 유니콘 하우스는 아이디어가 비즈니스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고, 또 비즈니스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심사를 담당하는 하우스 리더는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멘토가 되고, 함께 울며 응원하는 지지자가 된다. 창업가와 한 팀이 돼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안에서 보여 주는 촌철살인의 평가는 스타트업에 자양분이 된다. 이것이 한국형 스타트업 서바이벌 유니콘 하우스의 차별점이다.

올해 초 핀테크 기업 '토스'에서도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열었다. 토스는 이 대회를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정, 투자한다. 대회 이후에도 파트너십을 맺고 성장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오프라인에서 열리고 있는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의 데모데이에는 매회 수천명의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스타트업의 겨울철에도 창업가의 불씨를 살려 나가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위대한 창업가 시대에도 유능한 관료가 있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또 다른 10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홍성염 재믹스스튜디오 이사 syhong@zemix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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