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기본은 돈을 버는 것입니다.” 투자 유치에 실패해서 휘청이는 스타트업에 대해 가해진 일침이다. 신생 플랫폼 기업을 취재하다 보면 필요성이 컸지만 존재하지 않던 서비스를 발굴해서 제공하는 기업이 종종 눈에 띈다. 사업 성격과 구조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싶어 비즈니스모델(BM)을 질문하면 십중팔구 매출 이야기를 꺼낸다. “아직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아 뚜렷한 BM은 없다.” 신선한 아이디어에 감탄해서 묻지만 안타까운 대답으로 돌아온다. 돈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업 모델을 피벗(변경)하거나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국가로의 진출을 철회하는 사례도 다수 일어난다.
청년 대상 사업은 이른바 '돈 안 되는 시장'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만한 프롭테크 활성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매출을 올리는 프롭테크 기업은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BM을 운영하는 업체다. 대표 기업인 직방조차도 원룸 중개에서 아파트 중개 사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MZ세대를 위한 공유 주거 시장은 청년 주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커먼타운, 보더리스하우스, 에피소드, 맹그로브 등의 월세는 100만원 안팎이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54.2%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시장이 아니다. 주거비 부담으로 반지하나 옥탑방, 쪽방, 고시원 등 취약 주거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청년 주거 문제의 해답이 되기 어렵다.
프롭테크 기업의 성장이 필요하다. 정부는 주거 안정이 핵심 과제지만 정책 홍보 부족, 보기 어려운 공고문, 복잡한 절차 등 이유로 혜택을 보는 청년이 많지 않다. 공고문을 보기 쉽게 수정해 주고, 복잡한 절차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우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지원하는 청년 주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끌어 줘야 한다.
프롭테크 기업 고방은 '청년 해방'이라는 기치 아래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서포터스를 꾸렸다. 회사 인력만으로는 공고문 양식이나 제공되는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형식이 달라서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포터스는 정부의 청년 부동산 지원책을 쉽게 풀어쓴 가이드북을 엮고 사회 초년생이 겪는 주거 문제 대책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가이드북 발행만으로도 청년 주거 문제 완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서포터스 경쟁률은 수백 대 일에 달했다. 돈 안 되는 사업에도 수요와 공급이 있다. 청년 주거에서 비어 있는 행간을 채우는 프롭테크가 돈이 되지 않아 사업을 접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 지원이 이 같은 스타트업으로 향해야 할 시기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