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소기업 사장님의 시일야방성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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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나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다. 나를 포함해 직원은 26명이다. 그야말로 요즘 사면초가다.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다. 이마저도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땐 잠시 생산을 멈추곤 했다. 그리고 대출 이자를 갚는 날이면 가슴이 답답하다. 3년 전에 큰맘 먹고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대출했다. 코로나를 예상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원래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요즘은 자금을 구하러 다니느라, 돈 걱정 때문에 일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금은 성장은커녕 생존이 우선이다. 마냥 버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숨통을 조이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주52시간 근로제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시행했다.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기업은 유예받았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 꼼짝없이 주52시간제를 실행해야 한다.

시일야방성대곡, '이날, 나는 목놓아 통곡하리다.' 우리 회사는 지금 26명이 주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주52시간제를 하면서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4명을 더 채용해야 한다. 누구는 이를 일자리 창출이라고 포장한다. 그건 뽑아 쓸 사람이 있을 때 하는 얘기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도 도무지 중소기업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있어도 아무나 데려다 쓸 수 없다. 직원 평균 나이는 48세다. 평균 근속기간은 15년이 넘는다. 그만큼 숙련 수준이 필요한 일이다. 생산에 차질이 없으면서 주52시간제를 하려면 일정 수준의 숙련도와 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결국 동종 업계에서 웃돈을 주고 인력을 스카우트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에 다른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직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구하기 어려우면 스카우트를 해야 하니 오히려 월급을 더 줘야 할 판이다. 그러면 같은 일을 하는 기존 직원과는 월급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직원도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월급이 줄진 않을 것이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럼 지난 4년 동안 준비하지 않고 뭐 했냐고 비난할 것이다. 나도 4년 전에 주52시간제를 준비하려고 신입 사원을 채용했다. 그런데 다들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지금은 아예 신입 사원을 뽑지 않고 정년퇴직한 직원에게 더 일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퇴직 근로자가 2명이다.

나도 주52시간제를 찬성한다. 솔직히 반대하지만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주52시간제 도입에 동의한다. 특히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직원들에게 주52시간제는 꼭 필요하다. 그런데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국회도 정부도 너무 손을 놓고 있었다. 입법 취지가 성공을 거두려면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부터 해결해 줘야 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중소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국회는 중소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좀 들었으면 좋겠다. 일단 법 시행을 늦춰야 한다. 코로나 핑계를 대는 건 아니지만 지금 코로나 때문에 금리는 뛰고 이자 부담은 치솟고 있다. 요즘은 내가 왜 사업을 시작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코로나 2년 동안 돈 구하러 다니느라 쩔쩔맸는데 이젠 사람까지 구하러 다녀야 한다. 고약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주52시간제인지 모르겠다. 결국 주52시간제에 맞춰 생산을 줄여야 할 것 같다. 나로선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은행 대출을 안 갚을 수 없으니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종사자 30인 이하 중소기업 수는 723만개에 이른다. 전체 중소기업의 99.3%다. 종사자 규모가 작은 기업은 주52시간제 영향이 크지 않다. 가족끼리 일하는 사업체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종사자가 5인 이상인 때 주52시간제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 법이 적용되는 종사자 30인 미만 사업체 74만2866개 가운데 종사자가 5인 이상인 소기업은 48만7370개다. 그야말로 이들이 한국경제의 허리다. 이들이 아프면 한국경제가 곧추설 수 없을 것이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ohdy@ko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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