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이재용 회장의 승진 취임 후 이뤄진 첫 사장단 인사에는 '기술·여성·안정'이라는 그가 강조해 온 경영방침이 모두 담겼다.
5일 인사에서 삼성 사상 첫 전문경영인 출신 여성 사장이 나왔다. 지금까지 삼성 계열사 사장은 오너 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여성 친화적 행보를 보여왔던 이 회장이 첫 인사에서 여성 인재를 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차후 이어질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에서도 여성 임원 발탁이 기대된다.
이 회장이 강조해 온 기술 인재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기술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또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 기존 한종희·경계현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며 조직의 안정을 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사에서 3개 사업 부문의 60대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고 사업 부문을 반도체·완제품(세트) 부문으로 통합하는 등 조직개편에 나선 바 있다.
삼성보다 앞서 인사를 발표한 LG, 현대차, SK그룹 등의 인사 트렌드가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안정에 무게를 뒀던 만큼 삼성도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