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번주 초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이와 관련 이달 들어 일부 퇴임 대상 임원에게 개별 통보 조치를 취했다. 인사는 신상필벌 원칙을 기본으로 복합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미래준비에 초점을 맞춰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관리 능력이 검증된 사장단은 대부분 유임하고, 신사업을 이끌 30·40대 젊은 인재들을 대거 기용, 차기 CEO 후보를 양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차례로 단행해 온 만큼 이번 주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부문별로 해외·국내사업장의 퇴임 대상 임원을 통보하는 등 절차에 돌입했다. 통상 퇴임 임원 통보가 끝나고 신규 임원 선임과 보직 결정 등 순서로 진행한다. 이미 큰 틀의 인사를 결정한 이재용 회장은 4일 중동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글로벌 경영행보에 나섰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찾고자 출국했다. 정확한 출장 목적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중동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해 새 시장을 개척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처음인 만큼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일각에서는 과감한 조직 개혁을 통한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 사장' 투톱 체제가 구축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큰 틀의 변화를 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한 부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 참석해 콘퍼런스를 주재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일정도 확정했다.
사장단 인사는 지난달 사임한 이재승 전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의 후임 등을 골자로 하는 소폭 인사가 예상된다. 한 부회장이 겸직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을 새로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그 외 DX부문에선 노태문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사장)이 폴더블폰 대중화 성과 등을 인정받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DS부문은 반도체 수요감소 등 위기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고, 내년까지 이어질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유임이 예상된다.
미래 준비를 위해 부사장급에서 능력 있는 30·40대 젊은 리더가 대거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5G·6G, 인공지능(AI), 로봇, 메타버스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젊은 개발 인재를 다수 임원으로 승진·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연공 서열을 없앤 미래지향 인사제도로 혁신을 추진,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키우고 있다.
이 회장 취임과 함께 재계에서 언급되는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은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 반영하기에 다소 이르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룹 내에서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이 회장이 직접 해체를 지시한 컨트롤타워를 회장 취임과 동시에 부활시키는 것이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 내 전문경영인 출신 첫 여성 사장이 나올지도 관전 포인트다. 아직 삼성에서 오너 일가가 아닌 여성 사장이 나온 적은 없다. 최근 5년간 삼성전자 여성 임원 비율도 6%대에 불과하다. 앞서 인사를 발표한 LG그룹과 SK그룹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장 CEO가 배출됐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