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반도체 부흥 시대와 대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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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식 부산대 전자공학과 교수

지난 7월 정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초격차를 확보할 반도체 전문인재 양성 비전을 제시했다.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전문 인재를 15만명 이상 양성해서 반도체 관련 산업 인력 수요에 대응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반도체 특성화 대학' '권역별 반도체 공동연구소 구축' '국립대 반도체 실험 실습 기자재' 등 각종 반도체 관련 교육사업의 추진 의지도 밝혔다.

정부 반도체 육성 정책은 산업체 인력 수급난이 주요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반도체 대기업 기준으로 해마다 16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급 인력은 600여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매년 약 1000명이 부족하고, 그나마 수급된 인력조차 반도체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반도체 전문 인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력을 의미하는가. 대학은 그동안 산업계 요구 인재를 배출하지 못했는가, 대학 반도체 전문 교과 과정은 어떤 상황인가 등 여러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의문점을 해소하려면 반도체 인력 수급 전반에 걸친 조사나 상황 파악이 필요하지만 질문의 초점을 대학 역할에 맞춰 대학마다 반도체를 제대로 교육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이번 정부 반도체 육성 정책에 맞는 대학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반도체'는 사전적으로 도체와 부도체 사이의 전기적 특성이 있는 물질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트랜지스터'(Transistor:반도체, 금속, 절연체 등 재료로 만들어진 전자적 스위치의 일종)라는 반도체 소자로 대변되며, 이들로 구성된 반도체 회로 및 시스템을 동시에 의미한다. 반도체는 트랜지스터 외에 광소자, 에너지 소자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트랜지스터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인력 수요도 가장 많다.

현대적 형태의 트랜지스터(MOSFET)는 1959년 미국 벨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까지 반세기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인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기업의 헌신적 노력에 힘입어 미세화·첨단화되면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진화 과정에서 반도체 트랜지스터 성능을 높여 주는 다양한 소재(재료)와 공정기술도 함께 발전했다. 트랜지스터 크기의 미세화를 위한 리소그래피 공정과 관련 장비 기술이 그 대표 사례다.

반도체 소자 구현과 성능 개선을 위해서는 소재(재료)는 물론 공정·장비 등 요소기술 발전이 동반돼야 한다. 더 견고한 시멘트 벽돌을 만들려면 개선된 시멘트 재료 개발이 필요하고 여기에 물·모래와 반죽해서 건조하는 공정, 이를 구현할 반죽기·건조기 등 장비 기술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이번 정부 정책과 관련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전문 인재는 곧 트랜지스터 전문 인재라 할 수 있다. 이를 대학 역할과 연계하면 대학은 트랜지스터 반도체 소자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트랜지스터 관련 요소기술을 비롯한 교육과정 전반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반도체 소자와 회로뿐만 아니라 소재(재료), 공정·장비 등 요소기술 교육과정 개발도 포함해야 한다. 즉 반도체 분야에 관한 통합 교과적 관점의 교육이 필요하다. 통합 교과적 반도체 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고루 포함한 교육과정 개발과 개선으로 가능하다. 반도체 소자, 소재(재료), 공정 및 장비, 그리고 회로 및 시스템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아우르면서 각각의 세부 기술과 관련 이론, 실습 과목의 개발과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기초적 트랜지스터 소자를 실제로 제작해 보는 공정실습을 필수과목에 넣어 학생들에 반도체 관련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습 과목에는 부가적으로 실습 교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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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육성 정책과 지역 대학의 반도체 전문 인력양성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선순환 모식도.

대학 반도체 전문 교육과정 혁신은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사업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대학마다 이러한 정부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또 수행 과정에서 반도체 교육과 교육환경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대학의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은 지역산업과 연계 추진해야 한다.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은 주변 기업에 인력 공급을 전제로 할 때 지역과 상생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은 지역 산업체와 맞물려 돌아가야 하고, 그 매개가 지역 산업체 인력 공급인 셈이다.

대학이 양성한 인력을 지역 산업체에 투입하는 상생의 산·학 생태계가 잘 형성돼야 대학은 제 역할을 온전히 다하고 지역 발전도 꾀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생태계가 잘 형성된 지역은 많지 않다.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과 맞물려 산업과 인력이 편중됐고, 반대급부로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숙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에 관한 논의를 수도권보다 지역 중심으로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역에 대학과 산업체 협력 반도체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반드시 지역에 반도체 기업을 유치해야만 한다. 지역 산·학·연·관 관계자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해답이 중장기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전 기업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과 예산 지원이 필수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과 차별화·특성화한 지역 반도체 공단 건립 계획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대학은 특성화 반도체 분야 전문인재를 양성해 산업체에 공급하는 것으로 반도체 상생 생태계 조성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협력으로 지역에 새로운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지역 대학이 반도체 전문 인재를 양성해서 산업체에 공급하는 지역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는 국가적 어젠더인 지역 균형발전 롤모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성식 부산대 전자공학과 교수 sungsiklee@pusan.ac.kr

<필자> 이성식 교수 = 부산대 전자공학과에 재직 중이다. 영국 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반도체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차세대 반도체 트랜지스터 연구개발을 수행했으며, 관련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제1저자)을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2017년 부산대 교수로 부임했고, 부산대 반도체특성화사업단장을 맡아 정부 반도체 육성 정책과 반도체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대학 반도체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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