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동차 하드웨어(HW) 구독형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완성차 기업의 구독형 서비스 사업 모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30일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 민주당 하원의원인 폴 모리아티와 조 대니얼슨은 9월 자동차 기능의 구독형 서비스 일부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하원은 12월에 관련 위원회를 열어 법안을 심사한다. 법안은 차량에 탑재한 HW 기능까지 추가 비용을 지불하려는 자동차업체의 움직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데 따른 것으로 발의됐다.
법안은 제조사 업데이트가 필요한 커넥티비티 관련 서비스,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소프트웨어(SW) 구독형 서비스는 허용하되 비용이 투입되지 않는 HW 기능의 구독형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처음 적발 시 위반 당사자에게 최대 1만달러, 재적발 시 최대 2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완성차 기업은 차량 구매 후 필요에 따라 추가 비용을 내는 구독형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자동차 가능성을 모색하며 지속해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대다수 구독형 서비스는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등 SW가 중심이었다. 테슬라 '풀 셀프 드라이빙', 현대차 '블루링크'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HW 기반 구독형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최근 벤츠는 미국에서 뒷바퀴 조향각을 최대 10도까지 회전할 수 있는 후륜조향시스템(RWS)과 전기차 모터 출력을 20~25% 높이는 기능에 대해 구독형 서비스 모델을 도입했다. BMW도 열선 시트와 핸들, 하이빔 보조시스템,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과 같은 HW 기능에 대해 구독형 서비스를 선보였다.
12월 열릴 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HW 구독형 서비스화를 추구하는 완성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HW 구독형 서비스가 원론적으로 소비자 기만인지에 대한 집단적 인식도 명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저지주는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 기만 행위를 금지한다. 차량 판매나 수리 시 관련 행위를 하면 사기로 규정한다.
양재완 한자연 선임연구원은 “자율주행과 결합한 자동차가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면서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차 등장 시점이 불확실한 현재 타 산업과의 협력이 필요한 SW 서비스를 제외하면 완성차 기업 주도로 새롭게 도입할 차량 내 서비스는 한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뉴저지주의 법안 이슈는 차량 판매 이후 지속적 수입원을 확보하려는 완성차 업계의 고심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