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온라인 유통 숙원 정산주기 단축...'상생결제'가 물꼬 틔웠다

입점사 판매대금 수령 '두 달'
자금 유통 어려워 대출 받아
판매대금 일부 조기 현금화 할당
2~4차 거래 기업까지 혜택

모바일 중심 플랫폼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이제는 굳이 식당에 가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고도 집에서 근사한 한끼를 간편하게 먹거나 직접 장을 보러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온라인 플랫폼은 개인 일상에 상당한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플랫폼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사용자 편의성과 만족도는 급상승했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영세상인은 긴 정산주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판매할 때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나 물건이나 서비스를 거래하고 금액을 수령하면 되지만 온라인에서는 제품 등록, 배송, 판매대금 정산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판매대금 정산은 온라인 플랫폼 입점사(셀러)가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부분이다. 물건을 판매해도 최대 60일 이후에나 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어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물건이 잘 팔려도 정산이 늦어져 자금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아 물품 매입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흑자부도 위기에 몰리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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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잘 팔려도…판매대금 수령은 두 달 걸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2017년 78조원에서 2022년 약 212조원, 2023년 241조원 거래액 규모로 전망된다. 시장성장률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유통시장 변화는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물품을 납품·판매하는 상인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소비시장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이동하면서 2021년 새로 생긴 온라인 입점 판매자는 약 30만개로 집계됐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입점사는 직매입과 위탁판매 중 하나의 방식을 이용하게 된다.

직매입이란 유통업자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않은 상품에 대한 판매책임을 부담하고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매입하는 거래형태를 뜻한다. 위탁판매는 납품업자가 납품한 상품을 유통업자 자사 명의로 판매하고 판매 후에는 일정률이나 일정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판매 대금을 납품업자에게 되돌려 주는 거래 형태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직매입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사로부터 상품을 수령한 날로부터 60일 이내 판매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위탁판매의 경우 입점사가 소비자에게 배송을 완료한 날짜가 속한 달의 말일부터 40일 이내(최대 71일)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처럼 기업 간 거래는 신용을 바탕으로 한 외상거래를 전제로 한다. 납품대금을 바로 지급받으면 판매자는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구매기업은 외상을 이용해 신용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중 쿠팡과 마켓컬리의 경우 직매입 위주 거래를 한다. 쿠팡은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 완료된 일로부터 약 50일 이후 납품대금을 지급한다. 마켓컬리는 입고완료일의 다음달 말일에 대금을 지급한다. 양사 모두 입점사에서 납품받은 후 최대 60일 이후에 대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11번가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은 위탁판매를 주로 한다. 이들은 구매확정 후 1영업일 이후 지급하는데 소비자 구매확정 등을 거쳐 통상 약 10일 정도 후에 납품대금을 지급한다. 직접 판매와 재고처리 등 모든 판매과정을 책임지는 직매입과 달리 판매만 책임지므로 위탁판매는 상대적으로 대금 지급이 빠르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매출이 발생해도 물품 사입 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매일 이뤄지는 물류와 자금 확보가 중요한 중소 입점사에 느린 정산주기는 상당히 가혹한 결제환경인 셈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파까지 겹쳐 소상공인은 고금리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 자금여력이 취약한 일부 소상공인 판매자는 정산이 지연되면 사업을 지속하는데 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금이 있어야 사업을 위한 물품 매입이나 생산이 가능한데 현재는 대출까지 까다로워져 흑자부도 우려까지 있다.

◇유통망 상생결제 도입은 플랫폼 상생 의지와 일치

온라인 플랫폼 입점사들은 판매대금 입금이 지연되도 지연이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모 온라인 플랫폼 입점사들은 직매입 방식으로 거래하면서 60일 이내 대금을 지급받아야 하지만 물류센터 문제로 물건 입고 처리가 늦어지면 대금 지급을 지연된 날짜만큼 늦게 처리해주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상품검수 완료 후 대금지급을 해야 하는데 납품 후 검수 기간이 길어져 실제 지급일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입고 지연이나 검수 지연으로 2주에서 한 달까지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은데 지연이자를 판매사에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판매사가 부도처리 돼 입점사가 판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한 서점에 입점했던 기업은 법정 기한을 훌쩍 넘긴 시점까지 판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중에는 판매사의 결제대금 입금 주기를 단축하기 위해 입점사 대상으로 '빠른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심사를 거쳐 선별된 입점사 대상으로 집화처리 다음날 정산해줘 현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주는 차원이다.

하지만 대상 판매사가 제한적이고 빠른 정산 이용조건을 충족해도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발생해 완전한 해결책으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정산문제 해결책으로 '유통망 상생결제'를 제시했다.

유통망 상생결제는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관리하고 있는 판매대금 중 일부를 조기 현금화 지원을 위한 용도로 할당하고, 입점사는 할당 자금으로 대금정산일 이전에 판매대금을 조기 정산받을 수 있는 결제상품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사에 돌려줘야 할 판매대금 중 일부를 미리 조기 현금화 지원을 위한 용도로 할당하면 입점사는 운영자금이 필요한 때 소정의 할인료를 지급하고 즉시 정산받을 수 있다.

이 때 소정의 할인료는 온라인 플랫폼이 자사 내부수익률 등 기회비용을 고려해 설정하게 된다. 온라인 플랫폼은 소정의 할인료를 이용해 입점사에 빠르게 정산해주면서 단기 금융수익을 누릴 수 있다. 입점사는 물건 판매가 확정되자마자 낮은 금융비용만 부담하고 비용을 정산받을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사 금융관점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것이다.

유통망 상생결제 구조에서 입점사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온라인 플랫폼이 설정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산정되므로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금리가 낮다. 입점사가 조기 정산받은 이후에는 상환청구권이 없어 부담해야 할 추가 책임이 없다.

특히 상생결제 기능이 있어 플랫폼과 직접 거래하는 1차 판매사뿐만 아니라 1차 판매사와 거래하는 2~4차 거래기업까지 빠른 정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유통망 상생결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상생 의지”라며 “상생결제는 단순한 결제상품이 아닌 결제문화”라고 강조했다.

유통 플랫폼이 입점사에 지급해야 할 판매대금 중 일부를 미리 조기 현금화 지원을 위한 용도로 할당해야 비로소 상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플랫폼사는 입점사와 상생해 건강한 유통망 사슬을 구축하고 기업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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