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을 '디지털 경제·사회 구현을 위한 통신서비스 및 기반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한다. 통신 서비스를 디지털경제 시대 핵심 인프라로 보고 전송 서비스와 정보서비스 등 새로운 체계를 도입한다. 직접 규제 대상인 통신사는 체계변화는 적고 규제만 늘었다고 비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서울 역삼동 SC컨벤션센터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지난 7월부터 전문가포럼을 구성해 개정방안을 연구했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유선전화 시기 도입된 규제 체계가 지금의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개정안 핵심은 역무체계 개편이다. 전기통신사업을 전송 서비스(기간통신)와 정보 서비스(부가통신)로 분류해 각각의 법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서는 유선 시기에 도입된 분류체계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게 정의해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시강 홍익대 교수는 “이번에 중요성이 부각된 데이터 센터는 법을 개정하면서 기간통신으로 분류하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경제 영향력이 높은 온라인 플랫폼은 법안에 편입했지만 자율규제 영역에 맡긴다. 이에 통신업계에서는 동등 규제 원칙에 입각해 보완책을 제시했다.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해 갑질 등을 예방하고 인수합병을 견제할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카카오 장애 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플랫폼 자율규제가 부가통신사업자의 증대된 영향력을 포섭하기에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기존 정부와 국회가 추진했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합했다.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 △알뜰폰 도매제공의무제 일몰제 폐지 △기간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서비스 안전성 확보 노력 의무 명시 △지자체의 자가망 허용 △망 중립성 법제화 등이다.
이에 대해 통신사는 정부가 사업법 전부개정을 계기로 기간통신사업자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는 이용자가 정기적으로 가입 가능한 최적 요금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명시했다. 통신업계는 객관적 최적 요금제라는 개념은 성립하기 어렵고 기존, 자율로 운영하던 스마트초이스 유사서비스가 법제화되는 데 부담감을 표시했다.
개정안은 또 알뜰폰 도매제공의무제와 관련해 일몰제를 폐지하도록 했다. 의무제는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에 따라 3년간 한시적 도입됐으나 세 차례 연장됐다. 통신사는 기본 시장구조가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몰 폐지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지자체의 자가망을 허용해 비영리 공익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간통신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통신업계는 30여년 간 추진해온 통신 민영화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민간 사업자와 사업권이 충돌할 시 국가 재정 낭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망 중립성과 관련된 기본원칙 법제화도 논란 대상이다. 정부는 2011년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경우 사후규제를 할 수 있도록 사업법에 제재수단을 마련해왔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위반 사항이 한 번도 없었고 기존 체계에서 충분히 규율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로 법제화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방향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