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 영어로 하트 앤드 소울(heart and soul)이란 묶음으로 관용구처럼 쓰인다. 한 영어사전은 이것에 번역어로 심혈도 달아 두었다. 카디오그래프(cardiograph)나 카디오그램(cardiogram) 같은 단어는 모두 심장과 관련돼 있는데 이건 마음을 뜻하기도 하는 카르디아와 관련된다.
거기다 사이카이어트리스트(psychiatrist)나 사이콜로지(psychology) 같은 정신과 관련된 단어는 그리스어 프시케와 관련된다고 한다. 결국 어느 문화권이나 이 두 단어는 생명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개념인 셈이다.
혁신에도 유행이나 트렌드라는 것이 있다. 이들 유행어나 새로 나온 용어가 종래의 것을 구태의연한 것으로 보이게도 한다. 이것들의 파격적인 제안은 심지어 전례의 지혜를 넘어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전통 위에 새 해석을 더하는 것만큼 지혜로운 선택이 없을 때도 있다. 왜냐하면 그럴 때 새 유행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모델이란 용어를 놓고 한번 가늠해 보자. 누군가는 이게 요즘 기업에 강조되는 뭔가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꽤나 호사가들의 용어이기도 하다.
이것은 닷컴 버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비즈니스모델은 머릿속에만 있는 뭔가가 어떻게 수익을, 그것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도구였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뭔가보다 더 큰 것을 꿈꾸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처럼 쓰였다. 그런 탓에 지금도 손에 잡기는 어려운 뭔가를 얼버무리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식과 달리 피터 드러커에서조차 이것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비즈니스론'이란 아티클에서 '기업이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기고 있다. 물론 드러커는 “여기서 기업의 위기가 특히 시장, 고객과 경쟁자, 그들의 가치와 행동, 기업이 얻는 보상 등 당신이 전제하는 뭔가에 관한 것입니다”라는 그다운 표현으로 이것을 묘사한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 역시 이것에 대한 해석을 고객 자신에게 '해야 할 일'에서 시작한다. 그에게 이것은 기업이 고객에게 하는 가치 제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기업이 얻는 보상도 이윤 공식으로 표현을 구체화하지만 여전히 그의 관심은 고객의 잡 투 비 던(job to be done)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쩌면 두 석학에게 이건 단지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라는 질문과 관련된 게 아닌 셈이다. 오히려 이것은 드러커가 남긴 두 가지 본질 질문인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와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란 두 질문에 닿아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정말 좋은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이 두 질문에 잘 답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모델에 바른 답을 찾는 건 결국 기업의 심장이나 영혼에 관한 질문이 될 수 있다.
누군가 비즈니스모델을 예술품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어느 예술품이 그렇듯 누구나 감흥이 있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표상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이럴수록 전례의 지혜를 조금은 탐닉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이 한때의 유행어는 경영의 첫머리를 장식할 주제가 되고, 당신의 창의성은 반복된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