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의료를 도입하게 되면 진료 대상을 경증질환과 만성질환으로 한정하고, 진료 범위도 재진 이후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료정보학회 등에서 추천받은 전문가 21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의견을 보였다고 29일 밝혔다.
조사에는 권용진 서울대 공공진료센터 교수, 김유석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의사,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 등이 참여했다.
경증질환과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우선 실시하자는 의견이 높았다. 도입이 필요한 구체적 항목으로는 △만성질환의 재진 처방 △모니터링이 필요한 감염병 △노인성 퇴행성 질환 지도관리 △장애인 지도 및 재택 관리 △뇌경색증 발병 후 시간이 지나 안정적인 환자 등으로 제한하는 데 동의가 이뤄졌다.
반면 의료진의 대면 진료 및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나 응급 처치가 필요한 경우, 기존 질환이 아닌 새로운 질환이나 외상 등으로 대면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비대면 의료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
또 대부분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를 반드시 예약제로 진행해야 하며 재진 이상의 환자들로 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진료 주체는 1차 의원으로만 한정하거나 진료 횟수를 당장 제한하는 것은 진료 기회나 질환의 특성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비대면 진료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국내에서 불법이나 코로나로 한시 허용된 상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과 효용성이 커지면서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희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선적으로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검토하면서 실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제도 설계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원이 2020년 2월 24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토대로 비대면 의료서비스 이용내역을 조사한 결과 1만9829개 의료기관에서 344만9203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의원급이 77.4%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가장 많이 청구된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순이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