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발표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은 우주강국을 향한 대한민국 청사진이다. 2045년까지 연도별 세부 추진과제를 담았다. 윤 대통령을 시작으로 향후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목표 달성을 직접 챙긴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관건은 '선언적 메시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당장 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국)라 불리는 우주항공청 설립부터 여소야대의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과학계, 정치권이 '원팀'이 돼야 한다.
◇23년간의 장기계획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은 2045년 화성 착륙까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향후 여정이 담겨있다.
최우선 목표는 5년 내 달 착륙용 독자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는 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초부터 100톤급 액체로켓을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도 엔진을 독자개발했지만, 75톤급이었다.
두 번째 목표는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채굴을 시작하는 일이다. 달에 착륙할 때 장애물을 탐지·회피하고 자율·정밀 연착륙이 가능한 1.8톤급 달 착륙선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른바 '한국형 달 착륙선 개발사업'이다. 최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 궤도선인 '다누리호'보다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연착륙 기술은 현재 미국과 중국만이 자력 보유한 고난도 기술이라는게 대통령실 관계자 설명이다.
세 번째 목표는 2045년 화성 착륙이다. 대한민국 광복 100주년을 기념하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의 피날레다. 미국과 중국 등 우주강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면 화성도 독자적으로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모두 직접 챙긴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현재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한다.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과총 회장)은 “우주는 중요한 분야로 향후 큰 경제적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유망 분야다. 우주 탐사를 통한 국민 자긍심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관료사회 속성을 볼 때, 다른 이에게 위임 안하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것을 특히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6대 정책 방향
윤 대통령은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6대 정책방향도 함께 발표했다.
첫 번째로 달·화성 탐사 분야 정책방향은 △2032년 우리 발사체로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자원채굴 시작 △2045년 화성에 착륙해 거주가능성 탐지 △의과학대학원과 연계한 우주의학 육성으로 제시했다.
두 번째 우주기술 강국 도약 정책방향은 △누리호보다 강한 차세대발사체 개발 및 우주 핵심부품 국산화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구축·정밀 위치정보 서비스 제공 △우주개발 예산 5년 내 2배로 늘리고, 2045년까지 100조원 투자라고 밝혔다.
세 번째 우주산업 육성 정책방향으로는 △우주기업·스타트업 지원 펀드 조성 및 관련 금융·보험상품 개발 △우주기술 민간 이전으로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 및 세계시장 점유율 5배 확대 △우주인터넷 기술을 통해 끊김 없는 통신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한다.
네 번째로 우주인재 양성 정책방향은 △우주인재 융합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국내외 공동 프로젝트 수행 △경남-전남-대전 우주산업 클러스터 3각 체계 구축 및 설비 개방 △위성 관제·운영·활용 통합 및 위성데이터 활용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다섯 번째 우주안보 실현 정책방향은 △우주선진국과 우주안보 협력 확대 및 한·미 우주동맹 강화 △우주안보 기술개발을 위한 민·군 협업체계 강화를 제시했다.
마지막 국제공조 주도 정책방향으로는 △우주공간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용을 위한 국제원칙 정립 주도 △국제기구·회의체 지속 참여 및 국제 네트워크 강화를 추진키로 했다.
◇우주항공청 설립
대한민국 우주산업 청사진은 내년 신설될 우주항공청이 주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설치될 우주항공청은 특별법을 통해 추진된다. 당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포함할 예정이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해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자 특별법 제정으로 우회했다. 올해 안에 입법한다. 우주항공청은 전문가 중심, 프로그램 중심의 임기제 공무원 조직으로 구성된다. 청장은 차관급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업하는 체계가 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장에는 조직의 구성과 해체, 급여 책정 등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한다. 신속한 우주개발 프로그램 수행을 위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장에게 조직 구성과 해체, 급여 책정 등 자율권을 부여하기 위해 정부조직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신설하려 한다. 특례를 도입해 청장에게 자율권을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우주항공청 신설 부지 논란과 국회의 특별법 통과, 관계부처 협의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선언적 의미'를 넘어 계획 실체화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주 관계자는 “'대통령이 신경 쓴다'는 메시지 외에 내용상 새로운 부분이 있어야 한다. 오늘 발표한 것은 기존에도 어떤 식으로든 언급이 돼 왔던 부분”이라면서 “선언적인 부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