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인사]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18년 만 퇴진...후임 이정애 사장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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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사장

'미다스 손'으로 불려온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용퇴했다. 후임은 현재 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약 18년간 전문경영인으로 LG생건을 이끌었다. 과감한 인수합병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며 성과를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후진을 위해 퇴진을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생건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이정애 음료 사업부장(부사장)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내정했다.

이 신임 사장은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과 음료(Refreshment)사업부장을 역임, LG생건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 사장은 LG생건 신입사원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임원으로 1986년 입사했다.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이후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 사장은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 선임 이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어려운 사업환경을 뚝심있게 헤쳐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생활용품시장 1등 지위를 확고히 한 성과를 인정받아 LG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사장이 됐다.

LG생건은 일본 법인장을 맡고 있는 오상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뷰티(Beauty) 사업부장으로 보임하고 하주열 책임을 상무로 승진시켜 전략부문장으로 선임했다. LG경영개발원에서 권순모 상무를 정도경영부문장으로 전입시켰다.

이날 인사는 성과주의와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그룹 인사 방침과 내년 경영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소비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차 부회장의 외형 확장 전략보다 내실을 다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차 부회장은 부임 초기부터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왔다. 2005년 기저귀·생리대 시장에 진출했고 2007년에는 코카콜라를 인수하면서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화장품 사업에서는 럭셔리 브랜드 숨 등을 론칭하고 올 초까지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을 인수해 10대 화장품 시장 공략도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작년 말부터 LG생건 실적이 악화됐고 시장 상황은 어려워졌다. 지난 3분기 LG생건 매출은 1조870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01억원에 그쳤다.

LG생활건강의 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4분기(1852억원) 이후 처음이다. 2018년 1분기부터 최근까지 LG생활건강은 분기별 2000억~4000억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다.

내년 LG생건은 외형 확장보다 내실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이 화장품과 음료, 생활용품 등 주력 사업군을 모두 경험한 만큼 이러한 역량을 살려 사업 전반에 대한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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