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 대전환, 기술 사업화로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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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미국의 미래학자 로이 어마라(Roy Amara)는 그가 주창한 어마라 법칙에서 “기술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과대 평가되는 반면에 장기적으로는 과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은 초기에는 연구개발(R&D)에서 취약점이 있음에도 대중의 기대가 증폭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기술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된 단계에 이르면 과소평가돼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개발도 어마라 법칙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웨이모(Waymo)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만㎞의 자율주행 시험 운행 기록을 쌓아 온 그들은 2020년이 되면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안정성 문제 등으로 개발과 상용화가 지연돼 지금은 새롭지 못한 기술로 느껴지고 있다.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기대되는 자율주행차 개발이 예상과는 다르게 발전이 느려진 가장 큰 이유는 차량에 이용되는 카메라, 센서, 통신 기술 등이 운전 시 발생하는 모든 변수에 완벽하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해 필요한 규제나 보험 상품 개발 등 제도적인 준비도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의 구체적인 양산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웨이모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은 R&D 성과를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인력, 자금, 기술개발, 규제,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만나는 애로를 극복하고 기술 사업화를 활발하게 추진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꾸준하게 해 왔다.

그렇지만 정부의 R&D 예산 지원에 따라 90% 이상의 높은 기술개발 성공률에도 50% 이상의 중소기업은 기술 사업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등 애써 확보한 기술을 사장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은 개발한 기술 사업화를 추진할 때 자금·전문인력 부족 등 여러 애로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 지원은 아직도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올해 말 확정될 '기술이전 사업화 촉진계획'에는 민간 부문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어서 신산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공공에서 개발한 우수한 신기술이 민간 기업 기술 사업화에 필요하면 신속하게 사용하도록 특허권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신산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신기술 기술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월에서는 '산업 대전환, 기술로 도전하고 사업화로 이루다'라는 주제로 '2022 대한민국 기술 사업화 대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국가기술은행 내 공공 기술 정보와 민간 보유 특허 정보 간 정보 연계를 추진하고 신기술의 기술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중견기업 계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과 자금지원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인간의 상상력이 기술로 구현되어 실생활에 적용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신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단계뿐만 아니라 R&D 전후 단계인 기획·사업화까지 기술 사업화 전 주기에 대한 지원·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로 도전하고 사업화로 이루는 산업 대전환' 완성을 위해 KIAT는 국가 산업기술 지원기관으로서 건전한 기술 사업화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소임을 다하려 한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bjmin@ki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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