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앤에프(F&F)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기업이 아니다. 미래 성장을 위해 디지털에 투자한다.”
김창수 F&F 회장이 평소 회의 석상에서 줄곧 강조해온 '디지털 투자'가 빛을 발했다. F&F는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패션업계 침체기가 이어졌지만 나홀로 성장을 이어온 배경은 선제적 디지털전환(DX) 전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SCM을 구축하면서 세계 각국의 주문과 생산, 제품 배송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었고 'MLB' 단일 브랜드로 해외 판매액 1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달성했다.
F&F의 DX가 태동한 것은 6년 전이다. 지난 2017년 F&F 주력 브랜드인 '디스커버리'에서 출시한 롱패딩이 입소문만으로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섰고 단숨에 매출액 100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롱패딩은 패션업계서 유례없는 기록인 40만장이 판매됐다. 김 회장은 '디스커버리 롱패딩' 흥행으로 온라인과 디지털 소통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직감했고 이는 곧 전사 DX로 이어졌다.
F&F는 상품기획, 생산, 물류, 디자인, 마케팅 등 전 과정에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했다. 모든 데이터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이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세부 솔루션을 구축했다.
통상 패션사가 제품 디자인을 중심으로 상품 생산과 마케팅이 이어지는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F&F는 수평적 구조다. 데이터 결과에 따라 디자인과 생산 물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동시에 결정해 제품을 생산하고 재고를 줄여 효율화를 이뤘다. 이는 제품 적중률과 영업이익률로 이어졌다.
대표적 디지털 시스템은 △제품 기획·디자인 단계에서 활용되는 PLM △전 세계 오더를 수집·관리하는 OMS △글로벌 소싱기지의 생산을 관리하는 M-ERP △물류관리 시스템 WMS △인플루언서 및 PPL을 관리하는 마케팅시스템 △트렌드와 검색 동향을 분석하는 통합 대시보드다.
일하는 방식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체계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를 도입해 중국, 홍콩, 미국 해외법인 등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노션 툴(Notion Tool)을 활용해 디지털로 업무를 공유할 수 있다.
디지털 인재 영입과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F&F 디지털 본부 산하에는 E-BIZ팀, IT팀, Process팀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조직 규모는 전체 임직원(525명)의 약 25%에 달하는 100여명이다. F&F가 현재까지 디지털 솔루션 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약 200억원이다.
F&F의 디지털 전략을 통한 'K패션의 세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F&F는 글로벌 3대 골프용품 업체인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한 펀드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글로벌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타키니' 미국 본사를 인수해 테니스 의류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F&F 관계자는 “디지털을 통해 패션 시스템을 혁신하는 DX 전략을 더욱 가속화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K패션의 세계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