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통신시설 화재 발생! 정보통신사고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발령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LG유플러스 대전 R&D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 내 지하 1층 내부 수배전실에서 시작된 불로 인해 건물 내부는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 찼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물론 A급 중요 통신시설 내 화재로 인해 대전 유성구, 중구, 서구 지역 통신 마비 사태가 우려되는 일촉즉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 4사와 관계기관 합동으로 2022년도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하며 데이터센터 화재 상황을 가정한 위기 대응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실제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돌았다. 화재 발생 직후 LG유플러스는 전사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종합상황실과 지역대책본부를 즉시 가동했다. 이후 다자간 실시간 영상회의를 통해 과기정통부 재난안전상황실과 실시간 소통을 시작했다. 화재 진압 과정 또한 재난안전통신망(PS-LTE)을 통해 과기정통부에 영상으로 중계됐다.
초기 진화 이후 피해 상황을 파악한 결과 수배전반 원인 미상 화재 발생으로 한국전력 인입 전력케이블과 국사 인입 광케이블이 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인근 지역 인터넷과 IPTV 3만6000여회선, 인터넷 전화 1만7000여회선, 시내전화 2000여회선, 무선 기지국 578식 피해가 발생해 긴급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위기 경보 발령을 위한 상황판단 회의를 시작했다. 곧바로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방송통신재난대응본부를 설치하도록 명령했다. 또 통신설비안전관리센터에는 관련 기관에 상황전파를 위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도록 했다.
LG유플러스는 상황 보고와 동시에 긴급 복구 및 장애 최소화 절차에 돌입했다. 과기정통부에 피해지역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동통신 재난 로밍' 가동을 요청해 재난 와이파이를 개방했다. 스마트폰에서는 'Public WiFi Emergency'라는 이름의 와이파이 신호가 감지됐다. 인터넷 장애로 카드 결제기 등 사용이 불가능한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긴급 조치가 이뤄졌다.
복구 작업도 곧바로 진행됐다. 광케이블 단선 지점에 투입된 긴급복구반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광케이블을 종류별로 묶어, 한 가닥씩 연결할 때보다 빠른 복구가 가능한 '리본튜브' 케이블을 이용해 신속한 복구를 마쳤다. 이후 LG유플러스로부터 복구 완료 보고를 받은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경계 단계 발령을 해제했다. 이 모든 과정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날 훈련에서는 LG유플러스가 통신국사 안정성 제고를 위해 개발해 현장에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 접목 안전기술도 선보였다. 최근 LG유플러스 통신국사에 도입하기 시작한 '스마트 배전반 감시시스템'은 배전반 내부과열 및 부분 방전을 감지해 알림으로써 전력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외 IoT 센서가 부착된 턱끈, 벨트 등을 통해 작업자 안전장구 체결 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 안전솔루션'도 통신작업 현장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 추락 사고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 기반 사회에서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주요 디지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유기적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디지털 기반 인프라의 안정성 강화를 단순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인식하고 네트워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대전=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