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발목잡던 금산분리, 40년만에 '대수술'

#빅테크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작년 10월 타다를 인수해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자 국내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금융사는 비금융 회사 지분에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는 현행법 때문에 경쟁력 있는 기업에 소위 '의미있는 투자'를 하기 어렵지만 사실상 금융사와 맞경쟁하는 토스는 아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A은행은 본인확인기관 지정 등 신규 사업자 지위를 획득했지만 같은 시기에 지정받은 빅테크 기업보다 서비스를 늦게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별도로 금융위원회에 겸영·부수업무를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만 서비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무 제한없이 동일 서비스가 가능한 빅테크와 달리 금융사이기 때문에 추가 신고·허가 과정과 약관 개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다보니 전체 서비스 출시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B저축은행은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적용해 신파일러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고 싶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만들기에는 관련 IT전문인력이 부족해 외부 기업의 모형을 적용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자체 역량으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사용하는 빅테크, 대형 금융사, 온투기업 대비 경쟁력이 더 뒤쳐질 수밖에 없어 우려하고 있다.

Photo Image

금융위원회가 마침내 금산분리 제도와 업무위탁 제도를 바뀐 금융산업 지형에 맞게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각종 규제로 빅테크에 불리하게 조성된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해 합리적인 경쟁 환경을 조성하면서 동시에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해 혁신과 안정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게 당국 의지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금융과 비금융이 어우러진 생활금융 플랫폼 선점 경쟁이 치열한 반면에 40년 전 도입된 현행 금산분리 제도가 새로운 빅블러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거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해상충 방지, 경제력 집중 억제, 금융안정 등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디지털 금융 확산과 빅블러 시대에 맞게끔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은 금융의 디지털화 촉진과 금융·비금융간 시너지 제고를 위한 것이지 금산분리 제도 자체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앞으로도 금융안정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을 굳건히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금산분리 제도에 대해 크게 △포지티브 규제 리스트 확대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과 위험총량 한도 설정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 및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규제 확대 세 가지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처럼 부수업무나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포지티브 방식)하되 기존 허용된 업종 외에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 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 관련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살핀다.

또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되 자회사 출자한도를 설정하는 등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자회사 출자와 부수업무를 분리해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규제 리스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들여다본다.

위탁업무제도는 △업무위탁규정의 상위업 위임 근거를 마련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율 체계를 통합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정상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허용 방식 △수탁자에 대한 검사 권한 신설 여부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권, 관계부처, 유관기관 등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내년 초 열리는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 방안을 상정해 심의할 계획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