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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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신용정보법 개정 이후 지난 1월 금융 분야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 시작됐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4월 기준 전체 가입자가 2596만명, 데이터 전송 건수는 125억건에 이른다. 계좌정보에 기반하는 비슷한 서비스인 오픈뱅킹의 전송량이 2년 동안 83억건인 것과 비교하면 짧은 기간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금융기관·핀테크·빅테크 회사가 주도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구축하다 보니 금융 비즈니스 모델에만 집중됐고, 제시된 비즈니스 모델도 차별성이 크지 않다. 그동안 적극적 마케팅에 의해 마이데이터 가입자가 크게 늘었지만 가입자가 꾸준히 서비스를 사용할 모멘텀은 약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를 받고 처리하는 기관 중심의 데이터 생태계가 정보 주체인 개인 중심의 데이터 생태계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개인이 자기 주도적 데이터 생태계를 통해 자신만의 맞춤형 데이터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다만 특정 영역에 국한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로는 개인에게 주는 혜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산업별 데이터 서비스는 이미 어느 정도 구현돼 있다. 개인정보를 보유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융합형 데이터 서비스가 진정한 의미의 개인 맞춤형 마이데이터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 분야에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됐고 공공 분야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됐다. 타 분야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개인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국가 차원에서 준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세계가 우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데이터 이동권 중심의 마이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데이터 전문가가 데이터 이동권을 명문화한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제를 분석하거나 국제 비영리법인인 마이데이터 글로벌이 제시한 마이데이터 원칙을 연구했다. 이제는 오히려 외국의 데이터 전문가가 필자를 만나면 우리나라 마이데이터 서비스 현황을 물어 보고 추진 방향에 대해 궁금해 한다. 11월 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주최한 '마이데이터 국제 콘퍼런스'에서도 우리나라의 마이데이터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마이데이터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마이데이터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다음의 전제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마이데이터 철학을 구현하는 법적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정보 주체의 정당한 권리로서 데이터 이동권을 구현하고 데이터 보유 기관, 마이데이터사업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마이데이터에 대한 충분한 법적 근거가 뒷받침돼야만 안전한 데이터 이동을 위한 보안, 인증, 전송규격 등 세부 요건도 구체화될 수 있다. 다음으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가 분야별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각 영역 간 자원의 중복과 낭비를 막고 정보 주체인 개인을 중심으로 한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의사결정과 상호협력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한편 전 분야 마이데이터 도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21세기의 원유라고 일컫는 데이터를 둘러싼 패러다임은 지난 30여년 동안 기관과 기업 위주였다. 이제 데이터 패러다임이 개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개념이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우리나라는 EU 등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지금은 마이데이터의 발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마이데이터 도입 경쟁에서 계속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조속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 성공적 전 분야 마이데이터 도입을 통한 우리나라의 데이터 산업 발전과 글로벌 데이터 선도 국가로의 도약을 바란다.

박주석 마이데이터 코리아허브 대표(경희대 교수) jspark@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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