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야심 차게 추진한 리빙 사업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원자재·물류비 증가 등 영향으로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다. 실적 부진이 외부 요인과 맞물린 만큼 당분간 반등은 어려운 상황이다. 모기업인 유통사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올해 3월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지누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3% 줄어든 10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높은 원재료·해상운임료가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누스 실적이 현대백화점 연결 실적으로 편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편입 효과에 힘입어 작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48.4% 증가했다. 다만 그룹 역대 최대 인수자금 8790억원을 투자한 결과로는 아쉬운 상황이다. 지누스는 인수 직후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보다 앞서 인수한 현대리바트, 현대L&C도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가구 계열사 현대리바트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3% 감소한 5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83.4% 감소했다. 건자재 계열사 현대L&C 또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2.9% 감소했다.
신세계도 지난 2018년에 인수한 신세계까사가 고민에 빠졌다. 신세계까사는 3분기 영업손실 58억원을 기록했다. 누계 기준 영업손실은 지난해보다 52억원 늘었다. 올해 1분기 인수 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흑자를 달성하면서 청신호를 밝혔으나 2개 분기 연속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롯데는 기대를 건 한샘의 부진이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사모펀드 IMM PE가 한샘을 인수할 당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를 통해 총 3095억원을 투자했다. 한샘은 3분기 영업손실 13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투자 확정 당시 11만원대이던 한샘 주가는 현재 4만원대로 추락했다.
이같은 리빙 사업 부진은 고공행진 중인 유통사 호실적과 대비돼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으며 신세계는 7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또한 백화점, 대형마트 부문의 선전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418.6% 증가했다.
유통 대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리빙 사업 부진은 부동산 경기 침체, 글로벌 원자재·물류비 상승 등 외부 요인과 맞물려 있다. 고환율·고금리 기조가 이어질수록 대외 영업환경 개선은 어렵다. 홈퍼니싱 시장의 잠재력을 믿고 투자했던 유통사들이 오히려 리빙 시장 불황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해까지 코로나 특수를 누린 가구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라며 “유통사와 시너지를 통해 획기적인 사업 모델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