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FTX 인수를 철회한다고 밝힌 후 이틀째 가상화폐 시장이 대폭락을 맞고 있다. 시가총액 1, 2위인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줄하락하면서 코인 시장에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최대 규모인 비트코인은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전 10시 28분께 현재 24시간 전과 비교해 12.22% 하락한 1만 618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1만 5682달러를 기록하며 1만 600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더리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 가격은 1140달러로 1200달러가 무너졌으며, 이는 24시간 전과 대비해 13.78% 하락한 가격이다. 한때 1083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FTX 토큰)는 전날 80% 폭락한 데 이어 50%가 넘게 추락했다. 20달러 위에서 거래되던 FTT는 이제 3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앞서 관계회사의 재정 부실 우려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FTX에서는 72시간 동안 무려 60억 달러(약 8조2000억 원)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투자자들의 패닉 확산을 막겠다며 FTX를 인수하는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되레 가상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리스크로 부상했다. 여기에 미국 규제당국이 FTX의 고객 자금 처리와 관계사와의 거래 등을 놓고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바이낸스의 FTX 인수에는 먹구름이 꼈다.
결국 바이낸스는 FTX 인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8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FTX에 유동성을 제공하려는 희망을 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FTX 사태가 ‘제2의 테라·루나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USD와 루나는 거래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기면서 휴짓조각이 된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쓰리애로우(3AC) 캐피탈 등 헤지펀드가 몰락해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시장 불황)가 닥쳤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한편, FTX는 전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다. FTX를 이끈 샘 뱅크먼 프리드는 30세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는 코인 업체들이 줄도산할 때 이들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 겨울’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 위기에 처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