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39>구독을 혁신통로로 삼기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우리말로는 구독이다. 예전에 매일 배달돼 오던 신문을 떠올리면 된다. 이것 아니라도 월정액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다면 구독이라 할 수 있다. 요즘같이 디지털이 대세인 세상에서 가장 흔한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온라인 서비스나 콘텐츠일 것이다.

종종 혁신이라는 당장의 수익과는 무관한 듯 느껴진다. 이것보단 먼 미래 수익과 성장을 상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건 큰 오해다. 소비자를 내 현금 흐름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기꺼이 응답하고자 한다.

그러니 구독비즈니스모델을 들여다보는 학자도 많다. 면도날에서부터 식료품·옷·세면도구, 심지어 강아지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이것으로 안 될 것 없다. 장점은 분명하다. 기업은 고객과 장기적으로 수익성 있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기업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으로 완성됐다고 본다. 2005년에 2일 무료 배송을 제공하는 것으로 출시됐다. 지금은 100달러를 훌쩍 넘는 연회비를 내야 하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얻을 수 있다. 2013년 2500만명이던 회원은 지난해엔 1억5000만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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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스타벅스도 예외가 아니다. 구독모델이라 칭하기는 다소 거리 있어 보이지만 벌써 오래전에 선납카드로 고객이 미리 낸 현금이 14억달러나 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얻은 이자수익이 총수익의 8%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이 얻을 장점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구독모델은 고객 수요 예측에 지극히 유용하다. 게다가 투자와 운영 혁신으로도 연결된다. 2011년 여름 넷플릭스의 성공은 불확실해 보였다. 이제 기억에서도 잊힌 일이 되었지만 이즈음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60% 인상하겠다고 했다. 많은 고객은 분노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항의와 비난으로 도배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넷플릭스만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신뢰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나왔고, 이걸로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았다. 한때 누군가의 영화를 가져다 DVD 배송을 하던 기업이 말이다. 넷플릭스 전성시대는 이렇게 왔다.

요즘 뭐든 구독료 모델에 담으려는 기업이 많다. 이것의 장점은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아직 준비 안 된 기업이 이만큼 흔한 것도 놀랄 만한 일이다.

고객에게 뭐가 더 좋아지는 건지 보여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매달 새것을 쓴다는 게 좋긴 하지만 몇 달에 하나만 필요한 고객도 있는 법이다. 품질이 들쭉날쭉 한다면 고객 만족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니즈에 대응할 수 없다면 그것도 문제다. 구독모델의 전제는 높은 품질과 대개는 저렴함 아니런가. 넷플릭스의 월 구독료는 DVD 한 장 구입보다 저렴했다.

여기에 많은 기업의 제안에 빠져 있는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기업이 바른 선택을 할 것이란 믿음이다. 단지 투자자에게만 기업 신뢰는 가치 있고 필요한 게 아니다. 이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구독료 대신 받을 서비스가 높아질 것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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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