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 시범지구 늘려놓고 신규 예산 '0'

올해 7곳→14곳 확대 지정했지만
정부, 내년 18.5억 예산 전액 삭감
스타트업·中企 서비스 개발 제약
모빌리티 육성 국정과제와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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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모빌리티 혁신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자율차 실증 경험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자율주행자동차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시범지구를 확대하면서 정작 상용화를 위한 신규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와 중소기업 주도로 추진하는 자율차 기반 서비스 모델 개발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7일 관계 부처와 기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내년 18억5000만원을 투입하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지원 사업을 기획했으나 기획재정부 최종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 사업은 특정 구역에 제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실증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지원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2020년부터 두 차례 시범사업을 통해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발굴을 지원했지만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지역적 한계가 컸다. 유상 운송 모델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 맞춤형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산·학의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정부 전체 예산 삭감 기조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신규 사업 예산도 함께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에게 자율주행자동차는 먼 미래 속 일로 여겨지지만 저속 셔틀버스 등은 현 기술 수준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만큼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국토부가 자율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자율차 시범지구를 7곳에서 올해 14곳으로 확대 지정한 이유다. 국토부는 지구 지정과 함께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지자체와 매칭으로 예산을 투입해 서비스 발굴을 지원했다. 지난해까지 시흥에서 진행했던 심야시간 셔틀버스 시범사업은 만족도 조사에서 재이용 의사가 93%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이 사업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에 걸쳐 이뤄졌던 자율차 관련 정부 지원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육성을 내세웠던 국정과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으로 세종시에서 진행됐던 자율주행실증 규제자유특구 사업도 예산 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이 사업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세종시 특성을 살려 무인 자율주행 저속 셔틀버스를 동이나 마을 단위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셔틀 운행 허가를 획득하는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1단계 사업 종료 후 2단계로 서비스를 확대하지 않고 내년 2월로 사업이 종료된다.

자율주행자동차 핵심 기술 개발은 연구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주도하지만 자율주행 서비스를 발굴하는 사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하고 있어 정부 예산 삭감 타격이 크다고 업계는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예산이 없으면 지자체가 매칭을 할 수도 없어 사업 자체가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서비스 발굴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하는데 초기 시장에서 정부 예산이 삭감되면 사업 자체를 추진하기 힘들어진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자율주행자동차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행정·기술적으로도 최대한 지원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